11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해명은 그간 정의연이 내놓은 공식 입장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지난 7일 정의연의 기부금 관련 의혹을 제기했던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92) 할머니의 주장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됐던 여러 의혹을 해명했다. 주로 경기도 안성 ‘쉼터’ 구매 및 판매 과정, 딸의 미국 유학자금과 관련된 금전적 문제에 대한 해명에 주력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을 앞둬 최대한 그간 제기됐던 기부금 전 유용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당선인은 “이규민 당선인의 소개를 통해 7억5000만원에 쉼터를 구입했지만 오랜 시간 매수희망자가 없어 당시 시세였던 4억2000만원에 되팔았다”고 설명했다. 3억3000만원의 손해에 대해서는 “기부금에 대해 손해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부당한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2016년 미국 UCLA에 입학한 딸의 유학자금에 대해서는 앞뒤가 다른 설명을 내놨다. 윤 당선인은 “남편과 가족들의 형사보상금 및 손해배상금으로 받은 2억4000만원을 토대로 미국 유학비용을 충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남편 김삼석씨 등의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배상 판결은 2018년에 이뤄졌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인터뷰 등을 통해 “2년 동안에는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전액 장학금은 1년 동안만 지급됐다.
입장문 중 이 문제를 최초로 제기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한 언급은 3회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30년간 함께 활동해왔는데도 신뢰를 드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시민사회계는 여전히 윤 당선인의 해명이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양순임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장은 “윤 당선인이 내놓은 해명은 정의연의 그간 공식 입장을 반복한 수준이었다”면서 “의혹뿐 아니라 지난시기 운동방식에서 이 할머니가 느낀 서운한 감정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