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선대본부장 영장 기각… 수사 급제동

입력 2020-05-29 04:09
사진=연합뉴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수뢰한 의혹을 받는 송철호(사진) 울산시장 측 선거캠프 관계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해당 금품이 송 시장에게 최종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던 검찰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금품이 전달된 과정에 대한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서울중앙지법 최창훈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9일 사전뇌물수수 혐의 등을 받는 김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최 부장판사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들에 의해서는 구속할 만큼 피의사실이 소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방선거 당시 송 시장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김씨에 대해 지역 중고차 매매업자인 장모씨로부터 지난 2018년 6월 2000만원, 올해 4월 3000만원을 청탁과 함께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장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김씨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2000만원은 전달 받은 적도 없고, 3000만원은 동생이 빌린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장씨가 당시 선거캠프에서 김씨와 송 시장을 만나 돈이 들어있는 골프공 박스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해당 박스는 골프공 3개가 들어가는 작은 박스 4개가 모인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장씨가 “골프공이 보통 골프공이 아닌데 마음을 전달해 달라”고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다만 김씨 측은 “송 시장과 장씨는 2018년 6월 5일 2~3분 만난게 전부였고 돈도 전달 받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당시 자리에서 장씨가 민원 서류를 전달하긴 했지만 청탁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 송 시장 측은 장씨가 돈을 건넸다면 ‘보통 골프공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일부러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도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법원은 김씨 측 해명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금품이 송 시장을 위해 전달됐다는 등의 혐의 내용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김씨 신병을 확보해 송 시장과 관련한 금품전달 과정 전반을 조사하려 했지만 향후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금품 전달 과정과 관련한 보강 수사를 진행한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이 김씨에 대해 사전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었던 만큼 송 시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해당 혐의가 ‘공무원이 된 공범’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송 시장 측은 검찰이 김씨에게 사전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자 “송 시장에게 출석을 요구해 확인하는 일조차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검찰은 지난 4월 장씨가 건넨 3000만원이 계좌 이체 형태로 김씨의 계좌에 전달된 정황도 확보하고 수사 중이다. 김씨는 동생이 빌린 돈이고 차용증도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검찰은 금품 전달 과정에서 장씨가 중고차 경매장을 매매단지로 용도 변경 해달라는 청탁을 한 것으로 본다. 장씨는 송 시장이 운영하던 시민신문고에도 경매장 부지와 관련한 민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