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재원대책·공수처 출범·탈원전… 현안마다 인식차

입력 2020-05-29 04:0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가운데),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맞이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는 상춘재에서 오찬을 한 뒤 경내 산책까지 함께하며 대화를 이어갔다.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차질 없는 출범을 당부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추경 재원 대책과 원전 공사 재개, 특별감찰관제 등을 요구했다. 이번 회동에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협조하자는 총론에는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공수처, 재정 건전성 등 각론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회동에서 “지금의 위기 국면에 국회에서 3차 추경안과 고용 관련 법안이 신속히 통과될 수 있어야 하겠고, 공수처의 7월 출범이 차질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정무장관 신설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배석한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의논해보라고 지시했다.

개별 현안에는 견해 차가 컸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한 해 세 번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며 재정 건전성과 재원 대책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경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요구한다면 정부도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7월에 출범해야 한다”며 “국회를 열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등 후속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한다”고 했다. 하지만 주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과 우리 당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와서 처리를 요청하는 것 자체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위안부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정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었는데 이 정권이 합의를 무력화하면서 3년동안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며 “그런 과정에서 ‘윤미향 사건’ 같은 게 나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이나 정의연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한·일 위안부 합의와 이행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합의를) 피해자들이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다. 일방적이었다”며 “일본도 합의문에 총리가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것으로 간주했는데 돌아서니 설명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피해자 중심주의 아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더는 고통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주 원내대표의 언급과 달리 강 대변인은 “오찬 내내 윤 당선인 이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원전 문제도 거론됐다. 주 원내대표가 “원전 건설 생태계가 깨지면 외국에 수출하는데도 지장이 있다”며 원전 공사 재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에너지 수요가 더 늘지 않고 있고 전기 비축률이 30%를 넘는 상황이라 추가 원전 건설이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북한 관련 안보 문제도 논의됐다. 주 원내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있는 상황에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된다는 안심을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의 재래식 군사력은 북한에 월등하지만 우리가 핵 개발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래서 북·미 간 대화 노력을 하는 것”이라며 “(남북 합의는) 정권이 어떻게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회동 정례화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이 있으면 현안을 얘기하고 현안이 없더라도 만나 정국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임성수 이가현 김이현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