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어머니

입력 2020-05-28 20:34

어머니가 아프셔요
누워 계셔요

내 아플 때
어머니는 머리 짚어 주셨죠

어머니
나도 머리 짚어 드릴까요?

어머니가 빙그레
나를 보셔요

이렇게 두 손 펴고
살포시 얹지요

눈을 꼬옥 감으셔요
그리고 주무셔요

나도 눈 감고
기도드려요.

권정생의 ‘산비둘기’ 중

‘강아지똥’ ‘몽실언니’ 같은 작품으로 유명한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 그는 1972년 사인펜으로 직접 동시를 쓰고 색종이까지 오려 붙인 ‘수제 동시집’을 만들었다. 제목은 ‘산비둘기’. 이 시집은 그간 정식 출간된 적이 없었는데, 약 50년이 흐른 최근에서야 출판사 창비를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책엔 저 시처럼 어머니를 소재로 삼은 작품이 곳곳에 등장한다. ‘산비둘기’의 발문을 쓴 안상학 시인은 “이 동시집(‘산비둘기’)은 아마도 권정생의 미발표 저작 중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