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7500억 유로(약 1020조원) 규모의 공동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EU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부양책이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를 ‘EU 역사상 최악의 위기’로 규정하면서 유럽의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안을 공개했다.
EU 공동기금 운용의 핵심은 회원국의 공동 채무를 통한 보조금 지원 및 대출이다. 집행위는 EU의 높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빌리거나 EU의 이름으로 채권을 발행해 코로나19 피해국의 경기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금의 3분의 2는 피해 정도에 따라 보조금 형식으로 차등 지원된다. 대출이 아닌 보조금이기에 상환 의무는 없다. 나머지 3분의 1은 대출 용도로 운용된다. 코로나19에 가장 크게 타격받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기금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에만 총 3130억 유로의 보조금과 대출금이 지원될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EU의 공동기금 계획을 두고 유럽의 권력 지형이 EU에 더욱 집중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U가 공동기금 조성에 성공하면 예산과 채무, 세수를 모두 공유하는 ‘유럽의 중앙정부’ 탄생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업을 통해 EU 회원국을 하나로 묶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이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공동기금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번 제안이 통과되려면 EU 27개국 지도부가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유럽의회가 이를 비준해야 한다. 독일 프랑스 등이 공동기금에 적극적인 반면 네덜란드와 덴마크같이 상대적으로 부유하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은 적게 받은 국가를 중심으로 공동채무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4개국은 “공동 채무가 발생해서는 안 되며 기금은 보조금이 아닌 전액 대출 형식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