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내리면서 국내 증시에 펼쳐진 ‘유동성 장세’가 더욱 거세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돈을 풀면서 글로벌 증시는 최근 두 달간 급반등을 이어왔다. 특히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지난 3월 19일 이후 각각 40%, 68% 오른 ‘V자’형 회복세를 연출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재차 증시로 밀려들 것이라는 게 투자자들의 기대감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분쟁이 점차 격화되고 있는 것과 사실상 ‘마지막 금리 인하’로 여겨지는 점 등은 증시 불확실성을 키울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2.66포인트(-0.13%) 내린 2028.54에 마감하며 약보합세를 보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오전 장중 1% 오름세를 보였지만, 홍콩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갈등 우려가 고조되며 오후 들어 -1% 수준까지 급락하는 등 종일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코스닥 역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팔자’에 결국 2.19% 하락한 708.75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국내외 증시 반등이 유동성의 힘에 기인한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은택 KB금융 연구원은 “경기 침체 속에 주가 반등은 예외 없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급등하면서 나타나는데, 그 요인 가운데 하나가 금리 인하”라며 “공격적 금리 인하는 가치 상승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3월 국내 광의통화(M2) 증가율은 전년 대비 8.4% 늘어난 2982조6200억원으로 4년5개월 만에 최대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기간에 현금 통화 및 요구불예금이 늘어나면서 M2가 증가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달 기준금리 인하로 올 3분기에도 M2 증가율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유동성 확대 흐름이 증시의 추가 상승세를 얼마나 견인할지는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1차 유동성 장세가 예상보다 강했다”며 “더 강해질 유동성 장세에 경기 정상화가 가세하면 하반기 2차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김승현 유안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리 인하로 유동성은 확대되겠지만 호재의 강도는 낮게 본다”며 “마지막 금리 인하라는 시장 판단이 증시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