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꾸자는 거지, 끝내자는 건 아냐” 이용수 할머니 눈물 마른다

입력 2020-05-29 04:01
사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사진) 할머니는 최근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인(전 정의연 이사장)을 비판하면서도 “운동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지 끝내자는 것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이 할머니의 문제 제기는 1990년대부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연의 전신)가 전개해온 위안부 운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위안부 문제에 관여하는 주체는 크게 정부, 학계, 시민단체다. 전문가들은 이들 간에 균형 있는 역할 분담과 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정부는 외교와 피해자 복지, 학계는 증언 수집과 기억, 시민단체는 국제사회 전파를 맡는 식이다. 이신철 아시아역사와전쟁연구소 소장은 28일 “외교적 문제는 정부가 맡되, 시민사회에 알려지고 확산되는 과정에서 지식인과 시민단체라는 ‘필터’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2015년 한·일 합의 당시 행정부의 졸속합의로 피해자들의 반발이 있지 않았냐”며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소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여성인권평화재단’ 법인 설립 근거를 담은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20대 국회 종료까지 통과되지 않는 등 정부의 노력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소장은 “일본 정부의 사과는 민간단체가 아니라 정부만이 받아낼 수 있다”며 “정부가 외교적 책임을 방기한 사이 국제적으로 위안부운동을 펼쳐온 정대협이 과대표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2차 기자회견에서 강조한 한·일 양국의 미래세대에 대한 역사교육 역시 향후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 서혁수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대표는 “할머니들을 만나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념관에 방문하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어린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미디어 시대에 적절한 교육 방식을 국가가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재 대구 등에 위치한 위안부 기념관들은 대개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 주도로 건립·운영되고 있으며,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지역 기반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들은 비교적 열악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위안부운동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은 “후원금 부정사용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해 국가가 시민단체들을 산하에 두고 결집력 있는 위안부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각 기관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 소장은 “정부가 시민단체를 관리하면 자칫 관변단체가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지역 기반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도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직접 증언할 수 있는 생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줄면서 위안부운동의 동력이 사라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소장은 “위안부 문제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신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며 남은 세대가 외교적·역사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국제사회를 움직인 위안부 피해자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고 확산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