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많아 금통위 참석 못한 조윤제… 사상 첫 사례

입력 2020-05-29 04:0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주식을 너무 많이 보유해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인공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멘토(조언자)’로 주목을 받으며 새롭게 합류한 조윤제(68·사진) 위원이다.

한국은행은 28일 “조 위원은 인사혁신처 주식 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연관성 심사를 청구했다”며 “그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오늘 통화정책방향 의결에서 제척됐다”고 밝혔다. 제척은 어떤 사안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을 의사결정에서 제외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회의는 조 위원이 지난달 20일 취임하고 처음 맞는 기준금리 결정 회의였다. 조 위원은 금통위 본회의에 참석해 제척을 신청하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올해 1월 공개한 고위공직자 수시재산공개 현황을 보면 조 위원은 주식 9억2668만원을 보유한 것으로 신고했다. 공직자윤리법은 금통위원을 비롯한 재산공개 대상자가 주식을 3000만원어치를 넘겨 보유한 경우 선임 후 한 달 안에 팔거나 제3자에게 맡기는 백지신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각이나 신탁을 원치 않으면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조 위원은 주식 처분 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20일 보유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다. 조 위원은 2017년 대통령선거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정책 싱크탱크 소장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현 정부 출범 후 장관급인 초대 주미대사를 지냈다.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만큼 금통위원 내정 후 총재급 위원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녔다.

2018년에는 임지원 금통위원이 자신이 재직했던 JP모건의 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 두 차례 참여해 이해충돌 논란을 산 바 있다. 임 위원은 한은 집행부의 권고를 받은 뒤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결정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 위원도 관련법에 따라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해 놓았다”며 “현재 조 위원은 주식 보유 시 지켜야 할 법규, 절차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있다는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