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미·중 한쪽만 선택하라는 미국 요구 받기 어려워”

입력 2020-05-29 04:05

문정인(사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28일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라며 “우리가 중국과 갈등할 경우 직면하는 문제가 단순히 경제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정책적 선택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생존과 번영이 달린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문 특보는 특히 “중국의 군사력이 과거와 달리 크게 향상된 탓에 군사적 위협도 상당하다”며 “한국이 미·중 갈등 최전선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미·중 간 여론전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 및 안보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연하고 전략적인 외교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 특보는 앞서 미국 퀸시연구소가 화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선 “확실히 동맹은 전략적 파트너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최우선은 미국”이라면서도 “우리가 중국을 적대하면 중국은 우리에게 군사적 위협을 가할 수 있고, 북한도 지원할 수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정말로 신냉전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특보는 “미·중이 지금처럼 충돌하지 말고 협력 구도로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두 나라에 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특보는 양국 갈등이 미 대선이 종료되는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그간 미국 대선 후보들의 양상을 보면 대선 기간에 외부의 적을 만드는 모습을 일반적으로 보여왔기 때문에 미 대선이 끝나는 올 11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손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