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마이클 조던. 넷플릭스 10부작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승부사이자 농구 황제로 군림하는 조던과 팀 시카고 불스의 1990년대 황금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달 11일 공개된 콘텐츠는 국내외 농구팬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다큐멘터리로 스포츠의류 등 관련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해외 언론 보도까지 나왔을 정도다.
작품은 ‘더 라스트 댄스’라고 불렸던 조던의 마지막 1997~1998 시즌 등을 취재한 500여시간의 미공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주인공만 조명하는 여타 다큐멘터리와 달리 선수단과 구단 사이의 갈등처럼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추억의 얼굴들을 보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황금기 시카고 불스를 이끌었던 명장 필 잭슨 감독을 비롯해 조던과 함께 코트를 누빈 동료들의 생생한 인터뷰가 담겨 있다. 스코티 피펜, 데니스 로드먼, 스티브 커와 최근 불운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코비 브라이언트의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다. 전성기 시절 시카고 불스가 보여주는 승리에 대한 집념과 헌신에 가까운 노력에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보편적인 교훈도 깃들어 있다.
7부작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도 지난 3월 20일 공개 이후 세계의 이목을 끈 작품 중 하나다. 콘텐츠는 공개된 후 곧장 넷플릭스 콘텐츠 인기 순위 정상에 자리매김했다. 실베스터 스탤론, 자레드 레토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SNS 계정에 등장인물의 흉내 낸 분장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급기야 최근엔 드라마 제작까지 확정됐다.
‘타이거 킹: 무법지대’는 ‘무법지대’라는 부제에 걸맞은 충격적인 이야깃거리로 이슈 몰이를 했다. 다큐멘터리는 미국 사설 동물원에서 사자나 호랑이 등 고양잇과 동물 200여마리로 돈벌이를 하는 조 이그조틱(본명 조지프 슈라이보겔)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 캐럴 베스킨이 그를 고발하면서 둘 사이에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진다. 동물 학대뿐 아니라 폭력이나 방화, 살인 청부, 성 상납까지 가지각색 범죄 이야기도 쉴 틈 없이 몰아친다. 다소 자극적이긴 하나 만듦새는 빼어난 편이다. 사건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제작진은 5년간 이그조틱과 그를 둘러싼 일화들을 밀착 취재했다.
지난달 6일 공개된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은 미국의 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회고록 ‘비커밍’을 출간한 후 떠난 전국 순회를 담고 있다. 미셸은 투어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시카고 노동자 가정에서 자라며 겪은 수많은 난관과 퍼스트레이디로 지낸 8년의 시간도 콘텐츠 사이사이에 포개지면서 적잖은 감동을 안긴다.
이 다큐멘터리가 화제를 모은 이유는 2018년 설립된 제작사 하이어그라운드 프로덕션이 만든 작품이어서다. 이 프로덕션은 2017년 퇴임한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아내 미셸과 함께 차린 회사다. 설립 후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은 하이어그라운드 프로덕션은 첫 작품 ‘아메리칸 팩토리’(2019)로 지난 1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쥐었다. ‘아메리칸 팩토리’ 이후 9개월 만에 선보인 이 두 번째 다큐멘터리에서 관객은 여성의 지위 등에 대한 오바마 부부의 사회적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