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체제 대림 실적 상승… 지배구조 약점 ‘발등의 불’

입력 2020-06-02 17:47

대림그룹이 이해욱 회장 체제 1년을 맞으면서 견조한 실적과 사업 확대로 성장하고 있다. 우려됐던 올해 1분기 실적도 전년대비 늘어났고, 건설계열사 합병으로 디벨로퍼 역량까지 강화하고 있다. 다만 취약한 그룹의 지배구조 체제는 약점으로 꼽히고 있으며, 이는 향후 그룹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코로나19 우려에도 실적 선방

대림그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리스크 국면에서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대림그룹의 실질적 캐시카우이자 핵심 계열사인 대림산업은 올해 1분기 매출 2조5094억원 영업이익 29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8.06%, 20.46% 증가했다. 코로나19 로 다수의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방한 것이다.

에너지 부문(153억3100만원)은 전년동기(226억4700만원) 대비 32.30% 감소했으나 플랜트와 제조 부문이 흑자로 전환되고 토목(66.79%%)과 주택 부문(12.74%) 지난해 같은 분기 보다 이익이 늘어났다.

자회사인 삼호도 올해 1분기 69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년동기(358억원) 보다 95.25% 증가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되고, 한때 적자였던 해외사업(플랜트) 현장은 다 마무리된 것이 실적 성장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도 “해외플랜트 EPC 부문은 역성장 리스크로 받아들여졌지만, 2년이 경과한 지금은 회사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림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도 매출 7489억원, 영업이익 30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7.86%, 76.27% 급증했다.

◇ 취약한 지배구조, 금융투자업계 다각적 시나리오 예상

대림그룹의 리스크 원인을 꼽는다면 그룹사를 총괄할 수 있는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현재 대림그룹의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은 이해욱 회장이 개인 최대주주로 52.26%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은 핵심 계열사 대림산업의 21.67%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고 있고, 대림산업이 나머지 계열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

문제는 지주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의 계열사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산업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우회적인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주가가 37.5% 급등하면서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대림산업의 주가 상승 원인은 기타법인(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업체)이 지분 4.5%(160만주)를 매집해서다. ‘기타법인’이란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제조업체를 의미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슈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해욱 회장은 이달 ‘총수일가 사익편취’ 혐의(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장이 호텔 상표권을 개인회사로 돌리고 수수료까지 챙겼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32.7%)을 갖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도 변수로 작용한다. KCGI는 지난해 8월 대림그룹의 재단 통일과나눔으로부터 343만348주를 매입한 뒤 “대림코퍼레이션은 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것이 한진칼 사태와 같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 최남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경우 분산된 외국인 주주들이 지분(약 40%)을 보유하고 있고, 국민연금이 의미있는 지분(13.54%)을 갖고 있다”며 “외부적으로 봤을 때 현재 경영진에 대한 리스크를 상당부분 해소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권 논란은 지배구조에서 문제가 많아야 하지만 현재는 그런 우려가 크게 사라진 상태이고, KCGI와 대림산업의 관계는 한진칼과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수환 쿠키뉴스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