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품은 아이들 <29>] “경기 일으켜 쓰러져도 예배 꼭 참석해요”

입력 2020-05-29 00:07
이현준(가명)군이 지난해 7월 수련회에 참석해 간식을 먹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건강한 아이였어요. 태중에 있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또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았지요. 이혼과 정신장애로 인한 투병, 입원으로 이어지는 불안정한 생활이 아들에게 큰 고난을 준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요.”

생후 6개월 무렵 어린이집에 등원했던 현준(가명·13)이는 갑작스레 뇌에 산소공급이 중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가까운 병원을 찾았지만 받아주지 않았다. 근처의 병원을 전전하다 큰 대학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뇌손상이 진행된 뒤였다. 결국 지적장애와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오른쪽 시력은 완전히 잃었고 왼쪽 눈 역시 흐릿한 상태다.

현준이가 병원에 실려 가던 날, 엄마 김수연(가명·55)씨는 현준이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정신장애 2급인 엄마는 당시 이혼으로 병세가 심해져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엄마 대신 현준이를 맡아 키우던 이모도 생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어린 현준이를 어린이집에 맡겨 키우던 상황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엄마에게 상처다. “제가 현준이 곁에만 있었어도…. 다 제 잘못인 것만 같아요.”

고난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5년 전 현준이가 갑자기 길에서 쓰러진 채 경기를 일으켰다. 뇌전증이었다. 이후 현준이는 일주일에 두세 차례 경기를 한다. 한번 쓰러지면 몸이 틀어진 채 손발이 뻣뻣하게 굳는다. 치료를 위해 수술이나 약물치료를 해야 하지만 둘 다 쉽지 않다. 어릴 적 사고로 인한 뇌손상 범위가 넓어 수술하기 어렵고 약물도 잘 듣지 않는 희귀 사례이기 때문이다.

부쩍 성장해 엄마보다 덩치가 커진 아들이기에 김씨는 언제 또 갑작스레 쓰러질지 모르는 아들의 뇌전증 증세가 늘 걱정이다. 수년간 약을 복용한 탓에 부작용 증세도 보인다. 말을 더듬고 발음도 부정확하다. 지적장애로 인해 또래보다 인지능력도 낮은 편이라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황. 하지만 기초생활 수급비로 근근이 버텨야 하는 형편에 현준이의 과거 치료와 생활비로 쓴 카드빚까지 있어서 넉넉한 치료는 꿈도 못 꾼다.

현준이가 최근까지 받은 치료는 정부 바우처와 몇만 원의 자부담 비용을 보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인지치료와 놀이치료를 받는 게 전부였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밀알복지재단 지원으로 언어치료를 받게 됐다. 치료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호전되는 현준이를 보며 엄마는 더 치료받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미안하기만 하다.

힘든 상황 속 현준이네 가족에게 힘이 되는 건 신앙이다. 현준이 걱정으로 바깥 외출도 꺼리는 엄마지만, 예배는 되도록 빼놓지 않는다. “예배하다가 현준이가 경기를 하며 쓰러져 권사님들이 크게 놀랐던 일도 있었어요. 그래도 두 손 모으고 기도하는 현준이를 보면 교회를 안 갈 수 없지요.”

엄마와 현준이가 성경책을 폈다. 가장 좋아하는 찬송은 ‘온 세상 날 버려도’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날 안 버려 끝까지 나를 돌아보시니 그 넓은 품에 날 안아주시니. 이 가사가 늘 힘이 돼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님께 맡긴다고 생각하기에 현준이와 하루하루 살 수 있습니다.”

‘기적을 품은 아이들’ 성금 보내주신 분 (2020년 4월 30일~5월 28일/단위: 원)

△김병윤(하람산업) 30만 △조동환 고훈기 채충명 이갑수(예천감리교회) 각 10만 △조점순 연용제 문은혜 각 5만 △한승우 안길미 무명 각 3만 △루디아 김진수 임순자 각 2만 △무명 최배화 현승훈 각 1만
◇일시후원: KEB하나은행 303-890014-95604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밀알복지재단)
◇후원문의:1899-4774 밀알복지재단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