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주목받는 소득주도성장론 “성장률 급락 억제… 더 확대하자”

입력 2020-05-31 18:10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필두로 기업 및 가계 지원을 위한 '돈' 풀기에 나서 그 효과가 주목되고 있다. 지원금이 풀리면서 한결 발걸음이 많아진 서울의 한 전통시장 모습. 아래 지원금 시행 이전의 썰렁했던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경제위기를 동반한 세계적 위협이 됐다. 세계 각국은 예산을 쥐어짜 위기대응전략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긴급재난지원금을 필두로 기업 및 가계 지원을 위한 ‘돈’ 풀기에 나섰다.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논의도 시작됐다. 이 가운데 ‘실패’로 평가됐던 정부의 핵심 경제철학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시쳇말로 ‘소주성 시즌2’의 핵심은 코로나19 위기대응에 이은 코로나19 이후(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경제구조 개편이다.

현재 대통령 산하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홍장표 교수(부경대)는 최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통해 미·중 무역분쟁과 교역둔화 등 악화된 대외 여건 속에서도 성장률 급락을 억제할 수 있었다”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의 재난버전”이라며 “확장 재정을 통한 고용 및 생활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자리 창출과 내수 회복을 위한 전략적 공공투자가 중요하다. 1차, 2차 추가경정예산 등 코로나 대책이 방역과 생활안정을 위한 재난구제대책이었다면, 향후에는 내수회복과 제도개혁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부진과 자영업자 소득부진, 고용불안을 해소할 제도를 마련해 소주성의 선순환구조를 구축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홍 위원장은 ▲청년들을 위한 디지털 일자리 창출 ▲노후 건축물개보수 사업을 통한 생활SOC 활성화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한 고용안정과 생산성 향상 등 내수회복을 위한 3대 과제를 제안했다. ▲전국민취업보험제와 같은 취업안전망 강화 ▲의료돌봄서비스의 공공성 강화 ▲디지털복지행정체계 구축 등 제도개혁 과제도 내놨다. 만약 홍 위원장이 제안한 소주성 시즌2 정책들이 추진된다면 일상의 변화도 상당부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기업이 경영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해고나 사직 권고를 하기가 더욱 까다로워져 안정적 소득확보가 가능해보인다. 공공일자리 확대로 정년을 보장받아 안정적 생활도 이룰 수 있을 전망이다. 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과 현금성 지원, 사회안전망 강화를 통해 고용불안이 일부나마 해소되고, 가계의 기초체력이 일부나마 늘어나 경제위기를 버틸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소주성 시즌2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지금 정부가 내놓고 있는 소주성 정책들이 단기적이고, 양적·질적으로 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생산과 성장의 주체인 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진출하거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여건이나 고용을 유지·확대하기 위한 동기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소홀하다는 문제제기다. 여기에 단기적 성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대책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 주도 경제정책의 한계를 언급하는 이들도 있었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추경을 해서 재정을 풀고 일자리를 정부가 만들어 소득을 늘리는 것을 소주성이라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면서도 “기존 소주성은 실패한 것이고, 지금의 정책은 위기대응정책의 일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소주성은 결국 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하고 기업 등의 재투자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라며 “(소주성 시즌2가) 소기의 목적인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성장률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분배정책의 역할을 해줄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 성장을 촉진할 추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채 교수는 신산업 육성 및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는 규제개혁과 고용·생산 환경의 경직성을 풀 유연한 정책도입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