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 쿠팡물류센터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수도권은 공포에 휩싸였다. 이태원 클럽발 ‘n차 감염’에 이은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면서 거리두기 강화 요구도 다시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등교가 본격화된 학교로 감염이 이어질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을 억제하고 식료품 등 상당수 필수품을 택배 등으로 받아온 이들이 많은 만큼 불안감은 배가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이겨내는 데 큰 역할을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계속 택배를 이용할 수 있을지, 감염 위험은 없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이들 중 적지 않은 수가 부업 근무자라는 점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본업이 따로 있는 이가 감염되면 단순히 한 기업, 특정 장소의 문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부천 쿠팡물류센터에서 최초로 인지된 환자(지표환자)는 증상 발생 하루 전인 지난 12일 하루만 이곳에서 근무했다. 마켓컬리의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도 지난 24일 하루만 근무한 경우였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전날보다 4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49일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쿠팡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계속 늘어나 오후 9시 기준 서울 15명, 인천 30명, 경기 18명 등 3개 광역단체에서만 63명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감염 위험에 노출된 직원이 4000여명에 이른다고 보고 이들에 대한 조사를 서두르고 있다.
최초 감염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지표환자인 43세 여성은 지난 9일 부천 라온파티하우스를 방문했다가 확진됐다. 라온파티하우스는 이태원 클럽 관련 4차 감염 사례다. 하지만 이 환자가 물류센터 내 집단감염을 일으킨 감염원인지는 불분명하다. 방역 당국은 구내식당, 흡연실, 셔틀버스, 작업장에서의 접촉 등에 따른 바이러스 반복 노출이 있었다고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집단감염을 계기로 생활 속 거리두기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장 방역 수칙 중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의 실효성 논란도 다시 불붙었다. 제도적 뒷받침 부재의 영향도 있지만 증상이 경미한 경우가 많아 근로자 스스로 직장을 쉬어야 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다.
산발적인 집단감염을 지켜보는 방역 당국은 심각한 분위기다. 역학조사가 감염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젊은층은 생활반경이 넓고 진단이 늦게 되면 많은 노출이 있어서 2차 전파를 또 찾아야 하기 때문에 접촉자와 노출 장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일부 유행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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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