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 회계부정 의혹 등에 휩싸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9일째 종적을 감춘 채 침묵하고 있다. 헌법상 국회 회기가 시작되면 윤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갖게 되는 만큼 일단 국회의원 특권에 기대 ‘버티기’로 일관하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27일 민주당 당선인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워크숍에도 불참했다. 지난 18일 CBS라디오 출연 이후 칩거 중이다. 그는 지난 20일 국회사무처 주관 21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하라고 요구했던 지난 25일 기자회견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거세지는 사퇴 여론에도 윤 당선인이 계속 버티면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30일부터 국회의원으로서의 권리를 모두 누리게 된다. 국회 정보공개 포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회의원 1명에게 지급되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매달 약 1200만원을 받게 되고, 이외에 의정활동 경비로 연간 약 1억원을 지급받을 수 있다. 법률에 따라 고용할 수 있는 보좌진도 9명(인턴 1명 포함)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윤 당선인의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가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사용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역 국회의원은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구금되지 않는 불체포특권을 갖는다. 회기 중에는 검사가 국회의원에 대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보낸다. 이때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으로 통과되지 않으면 회기 중에는 체포할 수 없다.
다만 여야가 국회 원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국회가 회기를 확정하지 않으면 윤 당선인이 불체포특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회기 중에만 불체포특권이지 국회의원을 못 잡아가는 것은 아니다”며 “회기가 언제까지일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저는 상식적으로 다 일이 해결돼야 하고 상식적으로 일이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다.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 직후인 26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8세 이상 전국 성인 9157명과 접촉해 최종적으로 500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0.4%가 윤 당선인이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 중 절반 넘는 응답자(51.2%)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상호 의원은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며 “다른 할머니들은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분은 특이하게 배신을 프레임으로 잡았다”고 했다.
이 할머니는 2012년 총선 비례대표 출마를 두고 윤 당선인과 마찰을 빚었다. CBS노컷뉴스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는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출마를 만류했다. 이 할머니는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쓸 것”이라며 “(네가) 걱정되면 ‘할머니 건강이 걱정된다’고만 하면 된다”고 윤 당선인을 나무랐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