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최근 남북 관계 개선에 본격적으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독자적 남북 협력 모색’을 주문하자 적극적으로 대북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북한은 통일부의 유화 제스처에 전혀 호응하지 않고 있다. 남북 관계 속도를 북한 비핵화 진전과 맞추라고 하는 미국을 설득하는 일도 관건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7일 남북 공동수로 조사를 실시했던 경기도 김포 일대 한강 하구를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았다.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2018년 말 한강 하구에 대한 공동수로 조사를 마치고 공동이용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김 장관이 위원장인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교추협)도 이날 유엔 아태경제사이사회(UNESCAP) 차원의 대북 지원 사업에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통일부는 올해 이사회에 72만 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6년간 총 490만 달러를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통일부의 움직임은 최근 한 달 사이 본격화됐다. 통일부는 지난달 23일 남강릉~제진을 잇는 동해북부선을 남북 교류협력 사업으로 지정하고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했다. 5월 들어선 독자 대북제재 5·24 조치가 남북 교류협력 추진에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26일에는 대북 접촉 절차 간소화 등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등재를 위한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통일부의 기류 변화는 독자적인 남북 협력으로 남북은 물론 북·미 간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주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가자”고 강조했다.
관건은 이런 남북 협력 속도를 마뜩지 않게 여기는 미국 행정부의 지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촘촘한 탓에 원활한 대북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남북 협력을 지지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진전 상황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남북 협력을 이유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시그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보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현재로선 독자적인 남북 협력에 대한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의 대북 제안에 호응하지 않는 북한을 끌어내는 것도 숙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대중 교류를 든든히 한 다음 남측과 협력에 나설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 공군은 이날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폭격기 2대를 동해에 출격시켰다(사진). 민간항공 추적사이트 에어크래프트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B-1B 폭격기 2대는 괌 앤더슨 공군기지 이륙 후 동중국해를 거쳐 대한해협과 동해, 일본 상공을 비행했다. 훈련에는 일본 항공자위대 전투기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훈련 비행을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서 ‘핵 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을 천명한 데 대한 견제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