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찬 대표의 윤미향 인식 너무 안일하다

입력 2020-05-28 04:01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부실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감싸다 못해 이제는 아예 사수할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27일 당 회의에서 최근 논란에 대해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도 져야 하나 이는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매우 많다. 특히 사사로운 일로 과장된 보도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의혹이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자 신상털기식이요, 과장 보도라는 지적이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 ‘사사로운 일’이라는 대목은 마치 수사 가이드라인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대표 발언은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인식이다. 이미 정의연 스스로 회계부실과 위안부 할머니 쉼터 매매에 따른 수억원대 기금 손실, 윤 당선인 가족 채용 등에 대해 사과를 했다. 특히 이번 일로 할머니들이 상처받고 여성인권운동 30년 역사가 훼손된 사실만으로도 윤 당선인이 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이다. 이날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0.4%가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오죽 엉뚱한 발언이었으면 이 대표 면전에서 김해영 최고위원이 윤 당선인에게 정치적 책임을 요구하고, 당이 서둘러 자체적인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겠는가. 여당 대표의 안일한 인식이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한 기준을 또다시 낮추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권의 이런 태도가 최근 잇따라 제기되는 이용수 할머니 폄훼 발언과 맥이 닿아 있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이 할머니가 분노하게 된 동기가 본인이 정치를 하고 싶은데 윤 당선인이 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여권 인사인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대해 “할머니가 회견문을 쓴 게 아니다. 누군가 왜곡에 관여했다”며 기획설을 거듭 제기했다. 정작 비판받을 사람은 놔두고 엉뚱한 곳에 화살을 돌린 것이다. 비판은 하더라도 위안부 운동 역사는 훼손시키지 말자더니, 오히려 불필요한 의혹 제기로 여권 스스로 그 역사를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여권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 ‘그들만의 세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또 국론 분열이 격해지기 전에 자체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특히 이런 조치들을 서둘러 윤 당선인이 국회 개원 뒤 검찰 수사를 피해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