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격화된 미·중 갈등에 유럽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로 대립하는 두 나라 중 누구 편에 서느냐를 두고 유럽 역시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냉전’ 구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중국의 폭주를 견제하려는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의 외교수장 격인 조지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독일 외교관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환점은 우리에게 미국과 중국, 둘 중 어느 쪽을 편들 것인지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보다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부상이 인상적이고 경의를 불러일으킨다”면서도 “많은 의문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대한 더 강력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는 나머지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보다 강경하게 대응하고, 한국과 일본 등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는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고립정책’에 소극적 반응을 보였던 유럽으로서는 이례적인 주장이다.
가디언은 중국 정부의 홍콩 통제 강화, 유럽에 대한 시장 거부 움직임 등이 기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유럽 내부의 일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을 지원하며 서구 민주주의 가치를 흔들고 있는 데 대한 경계심도 고조되고 있다.
다만 유럽 경제의 대중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강경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EU가 중국에서 들여오는 일일 수입품 규모는 10억 유로(약 1조3508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EU 분열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