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쳐온 검찰과 박영수특검은 1990년대부터 계속된 이 부회장 부(富)의 형성 과정까지 세밀하게 복원했다. 94년 부친 이건희 회장에게서 상속받은 30억원으로 매입한 에스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이 상장과 합병 등을 거쳐 현재 7조~8조원까지 확대돼 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소환 조사하기에 이른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도 이러한 지배력 강화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26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부회장은 94년 10월 이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 중 23억원으로 에스원 주식을 매수했다. 에스원은 96년 1월 상장했고, 이 부회장은 96년 8월 보유했던 주식을 60억원에 매각했다.
이 부회장은 96년 11월 에스원 주식 일부를 118억원에 매각했고, 다음 달인 96년 12월 48억원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44억원으로는 삼성SDS 실권주를 인수했다. 이 부회장은 97년 2월 에스원 주식을 176억원에 매각했다. 에스원과 관련해 인수에 든 돈은 78억원, 매각해 얻은 돈은 355억원이었다. 차익은 277억원이었다.
이 부회장은 94년 10월 에스원 주식을 최초 매수할 때 증여받은 돈에서 남은 6억원으로는 삼성엔지니어링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했다. 95년 4월엔 이 회장으로부터 12억원을 증여받아 삼성엔지니어링 BW를 더 인수했다. 18억원 상당의 주식을 갖고 있던 이 부회장은 96년 12월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되자 지분을 97년 2월 280억원에 매각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으로도 262억원의 차익이 발생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삼성전자 지분 확보에 나섰다. 97년 3월 삼성전자가 발행한 CB 450억원 상당을 인수한 것이다. 이때 쓰인 돈은 97년 2월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매각한 데서 온 456억원이었다.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에서 불린 돈이 삼성전자의 종잣돈으로 들어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이 과정을 지켜보고 문제제기를 했다. 참여연대는 수원지법에 이 CB의 전환 및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수원지법은 97년 9월 30일 이 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0.7%를 소유한 이후였다. 이 부회장은 수원지법의 가처분 인용 전날인 97년 9월 29일 CB를 주식으로 전환, 삼성전자 주식 90만1234주를 보유하게 됐다.
당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9%였다. 이후 이 부회장은 지분을 일부 매각하거나 장학재단에 출연해 지난해 말 현재 삼성전자 지분 0.7%를 소유 중이다. 이 지분의 가치만 2조3000억원대에 달한다는 것이 검찰과 특검 측의 계산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08%(3조5000억원), 삼성SDS 지분 9.2%(1조4000억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지분의 근원은 96년 12월의 48억원어치 에버랜드 CB 그리고 44억원어치 삼성SDS 실권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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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승은 이경원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