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장면 일절 비공개… 이재용 “보고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

입력 2020-05-27 04:0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9일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모습. 이 부회장의 26일 검찰 소환조사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 출석 장면은 외부에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시행된 형사사건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6일 오전 9시50분쯤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해 주요 사건관계인 소환조사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오전 8시에 출석해 이미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규정에 따라 출석 후 소환 사실을 알린 것이다. 검찰은 “출석일시 및 귀가시간 등 출석정보가 사전에 공개되지 않는다”며 “촬영, 녹화, 중계방송도 허용되지 않는 점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주요 정치인이나 경제인 등이 소환조사를 받을 때 검찰은 출석 날짜와 시간을 미리 공개했다. 취재진이 검찰청사 앞에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카메라 앞에서 심경을 밝히는 게 관행이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될 때는 포토라인 앞에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었다. 하지만 형사사건공개금지 규정이 시행되면서 포토라인은 전면 폐지됐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규정 시행에 앞서 공개 소환 폐지를 지시했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았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출석 장면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지 않게 됐다. 공개소환 폐지는 피의자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시행된 것이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1층 현관 대신 지하주차장을 통해 조사실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범죄형사부를 지휘하는 3차장과 별도의 면담 없이 곧바로 조사가 진행됐다. 조사는 영상녹화실에서 받았고 점심식사는 청사 내부에서 해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 관해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수사 상황을 일부 공개하기로 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원래 소환 사실도 규정에 따라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심의위 결정에 따라 공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검찰 질문의 핵심은 승계작업 최종 지시를 했느냐였지만 이를 묻기 위해 다양한 항목에 대해 장시간 조사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검찰의 추궁에 “보고를 받거나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