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령 준수” 모친 임종 못 본 네덜란드 총리

입력 2020-05-27 04:04

마르크 뤼터(사진) 네덜란드 총리가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인한 요양원 방문 제한 조치를 지키다 모친의 임종을 함께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네덜란드 총리실은 뤼터 총리의 모친 미커 뤼터 딜링 여사가 지난 13일 96세의 나이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이날 발표했다. 그러면서 “뤼터 총리는 방역 관련 모든 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했다”며 “이 때문에 모친이 임종하는 순간에도 함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뤼터 총리는 모친의 사망과 관련해 “우리 가족은 그녀를 잃게 돼 매우 깊은 슬픔과 추억에 잠겨 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그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뤼터 총리 일가는 모친 사후에 모여 추모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뤼터 총리의 모친이 거주하던 요양원에서는 앞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총리 모친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요양원을 개인적으로 방문하지 못하도록 한 봉쇄 조치를 이날 일부 완화한 데 이어 다음 달 15일부터는 완전히 해제할 계획이다.

뤼터 총리의 안타까운 사연은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무책임한 모습과 대비를 이루며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가까운 영국에서는 총리 측근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수석보좌관인 도미닉 커밍스는 지난 3월 자신과 부인이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였음에도 부모의 거처까지 400㎞를 여행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고위 공직자가 방역에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거센 비판이 일고 있지만 존슨 총리가 “그는 책임감 있고 합법적으로 행동했다”고 두둔해 논란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현충일 연휴인 지난 23~24일 이틀 연속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골프 라운딩을 즐겨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는 신호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지만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미국의 리더로서는 부적절한 처사였다는 비판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