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의혹의 중심에 있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CBS 라디오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고 자택에서도 보이지 않는 등 종적이 묘연하다. 지난 20일 국회사무처가 주관한 ‘21대 당선인 워크숍’에 불참했고 이용수 할머니의 요청에도 25일 2차 기자회견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정의연과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국고보조금 누락 등 회계부정과 기부금 유용·횡령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데도 전 이사장인 윤 당선인이 입을 닫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자택 현금 매입, 딸 미국 유학 등과 관련한 자금 출처 의혹은 윤 당선인과 남편의 소득을 감안할 때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침묵이 길어질수록 윤 당선인은 물론 정의연에 대한 의혹과 불신이 커지기 마련이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게 침묵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윤 당선인은 오는 30일이면 국회의원이 된다. 민주당의 ‘엄호’와 의원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여론이 나아질 때가지 시간을 벌어보자는 쪽을 택한 것이라면 오산이다. 그런 꼼수보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잘못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지금 윤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이다. 고백과 조치가 늦어질수록 30년간 몸담아온 위안부 인권운동에 더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정의연 경력을 팔아 의원 배지를 달았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윤 당선인은 불체포특권이 적용되는 첫 회기 시작 전 검찰에 출석해 성실히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 전에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의연과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는 자리를 가져야 한다. 그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정의연을 지지하고 성원해 온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민주당도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뒷짐을 지고 있는 것은 무책임하고 안이하다. 177석 거대 여당의 오만으로 비칠 뿐이다. 당 차원에서 윤 당선인 직접 조사 등을 통해 진상을 신속하게 밝히고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사설] 윤미향의 침묵, 비겁하고 무책임하다
입력 2020-05-2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