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점도 선착장 끝에 들어선 1번 베드로의 집에서 종점인 12번 가롯 유다의 집까지 거리는 약 12㎞. 부지런히 걸으면 하루 만에 다 돌아볼 수도 있다.
대기점도에 세워진 예배당은 모두 5개. 베드로의 집은 새하얀 벽과 파란색의 둥근 지붕을 갖춰 그리스 산토리니의 풍경을 닮았다. 예배당 옆 키 작은 종탑의 종을 울리며 순례를 시작한다.
2번 안드레아의 집은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을 따랐다는데 탑은 섬 주민들이 많이 기르는 양파 모양으로 만들었다. 동화적인 하늘색 지붕과 고양이 상이 인상적이다. 3번 야고보의 집은 그리스 신전풍의 백색 집에 빨간 문이 있어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들판 한가운데 자리한 4번 요한의 집은 백색건물로, 첨성대를 닮았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염소 조각작품이 눈길을 끈다.
5번 필립의 집은 순례길 작업에 참여한 외국 작가 장 미셸 후비오의 작품이다. 프랑스 남부지방의 건축양식을 따랐다. 나무판자를 물고기 비늘처럼 덧댄 지붕이 유려한 곡선으로 솟아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기점도 저수지 한가운데 물 위에 떠 있는 6번 바르톨로메오의 집도 후비오의 작품이다. 유일하게 출입할 수 없는 공간으로 지어졌다.
7번 토마스의 집은 초원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이다. 구슬바닥과 파란색 문이 눈길을 끈다.
소기점도~소악도 노두길 중간에 8번 마태오의 집은 밀물 때면 바다 위에 뜬 것처럼 보인다. 소악도 둑 끝에서 만나는 9번 작은 야고보의 집은 프로방스 풍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진섬에는 새하얀 외관에 4개의 지붕 곡선이 이어진 10번 유다 타대오의 집이 반긴다. 진섬 남쪽 언덕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는 11번 시몬의 집은 뚫린 형태의 하얀 건물에 빨간 문과 창틀을 갖췄다. 열린 문으로 보는 천사대교 방향 바다 풍경이 장쾌하다.
밀물이면 길이 막히는 딴섬에 마지막 가롯 유다의 집이 있다. 고딕양식으로 날카롭게 올린 건물은 프랑스의 ‘몽생미셸’을 떠올리게 한다. 붉은 벽돌을 나선형으로 돌려 쌓은 종탑의 종을 울리며 순례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여행메모
송공·송도선착장 배 이용
병풍도~기점도~소악도는 노두길로 연결돼 있다. 보름 전후 바닷물이 높아지면 노두길이 잠긴다. 여행자센터(061-246-1245)에 확인하는 게 좋다.
압해도 송공선착장, 지도읍 송도선착장 등에서 차도선이 운항한다. 송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 70분가량, 송도선착장에서 병풍도 까지 25분 걸린다. 배 시간은 계절과 물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과 식사가 가능하다.
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