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엄마 아빠 어릴적 추억 속으로

입력 2020-06-03 20:50
한국관광공사는 ‘폐교의 재탄생&추억의 학교 여행’이라는 테마로 6월 ‘추천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경기도 김포시 덕포진교육박물관, 강원도 삼척미로정원·홍천아트캠프·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전북 고창 책마을해리, 전남 고흥 연홍미술관 등 6곳이다.

학창시절로… 덕포진교육박물관

1996년 문을 연 덕포진교육박물관은 어릴 적이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7000여 점이나 되는 전시품이 옛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으며,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물건들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게 해준다. 특히 김동선·이인숙 관장이 진행하는 수업은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인숙 관장의 풍금 연주에 맞춰 부르는 동요, 김동선 관장의 1950~60년대 학창 시절 이야기는 남녀노소에게 익숙함과 새로움으로 다가온다. 덕포진교육박물관을 설립한 두 관장의 일화는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이자,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담이다.

아이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폐교가 된 학교는 미술관, 박물관,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 오랜 시간의 흔적 위로 또 다른 이야기를 쌓아가고 있다. 강원도 삼척의 미로정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운동장서 투명카누… 삼척미로정원

옛 미로초등학교 두타분교가 마을 공동체 정원으로 꾸며졌다. 삼척 시내에서 약 13~14㎞ 떨어진 곳에 있는데, 산골 여행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얼핏 보면 초등학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다. 이름도 재미나다. 처음 들으면 산속의 미로(迷路)를 떠올리기 쉽지만, ‘늙지 않는다’는 미로(未老)다. 꽃과 나무 사이로 난 소담한 산책로를 거닐 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운동장 한가운데 연못 같은 풀장에서는 투명 카누를 탈 수 있다. 카누에 오르면 주변 산세가 한층 그윽해 마치 신선놀음인 듯하다. 두부 만들기 체험도 특별하다.

‘그때 그 시절’… 홍천아트캠프

내촌면 화상대리 동화마을의 폐교인 내촌초등학교 대봉분교가 2012년 10월 리모델링을 통해 숙박·수련 시설로 변모했다. 동창회나 동문회, 기업 워크숍 장소 등으로 인기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이름 덕분에 음악·미술 동호회를 비롯해 예술인이 연주회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나무판자가 깔린 복도와 내무반처럼 꾸민 숙박 공간에서 40~50대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고,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인다. 운동장 주변에는 커다란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그때 그 시절을 증명하듯 서 있는데, 드라마 ‘꽃길만 걸어요’의 촬영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에서 방송기자 체험을 하고 있는 어린이들, 한국관광공사 제공

기자 체험,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박물관이 28개나 되는 ‘박물관 고을’ 영월군 한반도면의 폐교를 리모델링한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2012년 문을 연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기자 박물관일 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기자가 돼보는 체험 공간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1일 기자 체험’은 아담한 야외 전시장에서 시작된다. 현장 기자들의 보도사진을 전시하는 공간에 때마침 ‘6월 민주항쟁 사진전’이 한창이다. 6월 민주항쟁을 상징하는 ‘아! 나의 조국’은 영월미디어박물관 고명진 관장이 한국일보 사진기자 시절에 찍은 사진이다. 이 작품은 AP가 선정한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들면서 유명해졌고,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전시실에서는 현장 기자들의 손때 묻은 전시물을 보고, 헬리캠과 드론 등 최신 장비를 활용해 기자 체험을 할 수 있다.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전북 고창의 책마을 해리. 한국관광공사 제공

‘누구나 작가’, 책마을해리

책과 출판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라는 모토처럼 이곳에 가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출판캠프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껏 선보인 책이 100여 권에 달한다. 책 읽기에서 더 나아가 읽고 경험한 것을 글로 쓰고 책으로 펴내는 과정을 체험하는 것이 핵심이다. 책마을해리에서 출간한 책을 구경하고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북카페 ‘책방해리’, 금방이라도 톰 소여가 뛰어 내려올 것 같은 느티나무 위 ‘동학평화도서관’, 소규모 공연과 영화제가 열리는 ‘바람언덕’, 책 한 권을 다 읽기 전엔 못 나오는 ‘책감옥’, 마음껏 뒹굴며 책 세계로 빠져드는 ‘버들눈도서관’ 등 다양한 공간들이 있다. 책 중심의 대안학교도 조만간 문을 열 계획이다.

외딴섬 정겨운 미술관, 연홍미술관

연홍도는 섬 곳곳이 정겨운 미술관이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이 있고, 담장을 캔버스 삼은 그림과 조형물이 길목마다 여행객을 반긴다. 울긋불긋한 마을 지붕은 푸른 다도해와 맞닿는다. 연홍미술관은 폐교된 금산초등학교 연홍분교를 꾸며 2006년 문을 열었다. 교실 두 칸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고, 아담한 갤러리카페가 들어섰다. 운동장 터는 정크아트 작품으로 채웠다. 전시물은 미술관에 머물지 않고 선착장에서 마을 골목, 포구로 이어지며 섬을 수놓는다. 골목에서 마을 사람들이 살아온 세월이 담긴 사진, 조개껍데기와 부표 등으로 만든 작품을 만난다. 연홍도둘레길에서는 곰솔 숲, 좀바끝 등 섬의 자연을 만날 수 있다. 거금도 신양선착장과 연홍도를 오가는 배가 하루 7회 운항한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