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인주 안 묻어나는 수료증’ 진실게임 판정패

입력 2020-05-27 04:08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인주가 번지지 않는 수료증을 압수한 적이 없다.”

검찰이 지난 20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 제출한 의견서의 내용이다. 정 교수 측이 지난해 박모 동양대 교원인사팀장과 통화에서 언급한 ‘인주가 번지지 않는 수료증’에 대해 “아들 조모씨 것으로 추정된다”고 재판부에 답변하자 반박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검찰 의견서는 정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전날인 지난해 9월 5일 박 팀장과 통화한 내용을 겨냥하고 있다. 당시 정 교수는 박 팀장에게 상장 직인을 인주로 찍지 않고 디지털 이미지로 출력하는 경우가 있는지 캐물었다. 이에 박 팀장은 “빨간색 인주로 항상 찍는다”며 디지털 프린트된 직인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시 통화에는 정 교수가 “집에 수료증이 있는데 딸보고 찾아서 인주가 번지는지 보라고 물어봤더니 안 번진다고 그래서요”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정 교수 측이 통화 시점까지만 해도 동양대에서 발급받은 수료증을 갖고 있었고, 해당 수료증의 직인은 인주가 번지지 않는 디지털 프린트였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통화를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을 스캔해 하단의 직인 이미지를 오려낸 뒤 딸 표창장에 붙여 위조했다는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정황 중 하나로 본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지난 15일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서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고 했던 수료증은 아들 수료증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분명치 않다”며 “지금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는 취지로 소명했다. 8개월 전까지 갖고 있던 수료증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검찰은 의견서에서 지난해 9월 23일 정 교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아들 조씨가 동양대에서 받은 영어 에세이 쓰기 수료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들의) 수료증은 손으로 문지르면 인주가 번지는 것이므로 정 교수가 동양대 인사팀장에게 말한 수료증이 아니다”며 정 교수 측 답변의 모순을 지적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인주가 묻어나는 아들의 수료증을 딸의 표창장 위조에 이용했다고 본다.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나온 정 교수 컴퓨터 속 총장 직인 이미지 파일의 출처도 이 수료증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다. 이 파일은 포렌식 결과 2013년 6월 최종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고, 검찰은 이때를 정 교수의 사문서위조 시점으로 특정했다.

정 교수 측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인주가 번지지 않는다고 했던 수료증의 정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검찰은 이를 확보해 분석하면 표창장 위조 의혹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판부는 강사휴게실 컴퓨터에서 표창장 직인 파일이 나온 경위 등에 대해 정 교수 측의 소명을 반복해 요청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 21일 공판에서 “피고인 측 해명이 불명확해서 저희가 반복하고 있다”며 “이제는 매듭을 지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