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바다 내음~ 지친 몸과 마음 치유한다

입력 2020-05-26 19:38 수정 2020-05-26 22:23
해양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지난해 10월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 있는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 해변에서 운동 기구를 이용한 신체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전라남도 완도군 신지면 명사십리해수욕장에는 울모래가 3.8㎞ 가까이 뻗어있다. 이곳에서는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요가와 필라테스, 노르딕 워킹을 즐길 수 있는 해양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여름에는 해변에서 모래찜질 등을 경험할 수 있고, 해변 주변에 있는 스파랜드에서 다시마찜질도 한다. 해조류 식품을 먹으며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진행된 완도군의 해양치유 프로그램에만 총 8108명이 참여했다.

해양치유, 지역경제 먹거리 부상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세대 경제 먹거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해양치유산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묘책’으로 등장했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의 지정학적 특성을 십분 살린 해양치유는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양치유는 해수나 해양기후, 모래, 뻘, 해산물 등과 같은 해양자원을 활용해 신체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것을 뜻한다. 해외에서는 해양치유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코로나19 치료현장에 있었던 의료진과 보건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코로나19 영웅’에 해양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한국의 대표 산업으로 해양치유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해양치유 효과 과학적으로 증명

해양치유가 실제 치료 효과가 있다는 점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감정노동자들이 해양기후를 접하고 아름다운 바다 경관을 볼 경우, 수면의 질과 만족도가 개선된다. 우울 및 불안 증상도 해소된다. 파도소리를 이용해 이명(귀울림) 현상을 완화시키는가 하면, 만성 골반통 환자가 머드·소금온열 찜질 등으로 통증과 염증 지수도 낮아진다.


독일의 경우 전국에 350개가 넘는 치유 휴양지(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치유 휴양지에서는 산림과 해양 등 자연자원을 활용해 질병을 예방하고 재활치료까지 가능하다. 일부 시설에서 휴양치료를 할 경우 공적보험에서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다.

이 가운데 해양치유를 전문으로 하는 휴양지는 약 30개다. 2016년 기준 전체 이용객의 35%(약 900만명)가 이용했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고 전해진다. 해수부 관계자는 26일 “독일은 자연 자원(해양·산림·온천)을 활용한 치유산업 규모만 약 45조원에 달하고, 4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만큼 활성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도 해변가에 있는 관광단지와 리조트에서 해양치유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보장보험을 지원하고 해양치유 품질 관리를 위해 인증제도도 운영 중이다. 연간 90만명 이상이 해양치유를 경험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등에서 해양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해양치유센터 4곳 본격 육성

국내에서 해양치유가 알려진 때는 2010년대 초반이다. 한국은 풍부한 갯벌과 1만3000여종에 달하는 해양생물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경관도 수려해 해양치유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자연적 토대가 갖춰져 있다.


이에 해수부는 2014년 제2차 해양관광진흥기본계획(2014년∼2023년)의 전략과제로 ‘휴식과 회복이 있는 행복한 바다관광’을 설정했다. 세부 추진과제로는 ‘해양치유관광 육성’을 제시했다. 이후 2017년 10월 해수부는 해양치유산업 육성을 위해 전남 완도, 충남 태안, 경북 울진, 경남 고성을 협력 지자체로 선정했다. 협력 지자체 안에 해양치유지구를 조성하는 식으로 지자체 육성 산업으로 지정했다.

지난 1월에는 ‘해양치유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해양치유산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다. 이에 해수부는 2024년까지 해양치유 체험 인원 100만명, 연안 지역 고용효과 1900명, 연간 생산유발효과 2700억원을 목표로 활성화 계획을 세웠다. 해양치유산업 협력 지자체인 완도, 태안, 울진, 고성 등 4곳에 해양치유센터를 세우기로 했다. 해양치유센터가 들어서는 지역에는 민간 투자로 병원, 바이오 기업, 리조트 등을 유치해 해양치유산업 거점을 조성한다.

내년 말쯤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에 들어설 예정인 해양치유센터 조감도. 해양치유센터는 전국 최초로 들어서는 완도를 비롯해 충남 태안과 경북 울진, 경남 고성 등 전국 4곳에 건립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제공

‘코로나 영웅’ 대상 시범 운영

해수부는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자원봉사자 및 가족 등 약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국민영웅 대상 해양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양치유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지자체(울진·태안·완도)에서 2박 3일간 가족들과 함께 머물면서 해변운동, 온천, 산림욕, 심리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체험토록 하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대처하면서 그간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쉬움을 달래고, 해양치유 프로그램의 효능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