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은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국정농단 사건과는 별개의 사건이다. 이 부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불법 여부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 두 가지다. 이 부회장은 검찰이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이래 1년6개월여 만에 소환됐다.
검찰이 증선위 고발이 있은 다음 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를 압수수색할 때만 해도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회장 소환에 1년이 넘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안의 중대성과 복잡성을 감안하더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된 조국 사건 수사와 너무 대비된다는 일부의 비판을 검찰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경영권 승계와 삼성의 무노조 방침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을 의식한 것이지만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사과는 평가할 만하나 그것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 오너가 끊임없이 불법 시비에 휘말리는 건 삼성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세계와의 경쟁에 써야 할 에너지를 오너 보호에 쏟아부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삼성의 자업자득이다.
삼성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이 부회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아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불확실성을 없애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에서 검찰도 수사를 신속히 마무리하는 게 좋다.
[사설] 이재용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 신속히 매듭 짓기를
입력 2020-05-27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