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장 건립지 공모·동의 과정 의문 제기 여론에 사업 덜컹

입력 2020-05-26 19:35 수정 2020-05-27 17:51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의 화장장 후보지에 ‘화장장 결사반대’ ‘죽당리 수정리 고백리 화장터 건립 결사반대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시민연대 제공

경기도 이천시가 오랜 숙원사업인 시립화장장 건설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녹록치가 않다.

지난해부터 앞만 보고 달려오던 이천시가 잠시 멈춘 것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6개 후보지에 대한 적합성·선호도 조사가 연기됐다 지난 20일에야 재개됐다. 여기에 바로 인접한 여주 시민들뿐 아니라 이천내 부발읍의 조직적 반발까지 겹쳤다.

이천시는 이미 지난 2011년 아픈 기억을 지니고 있다. 30억원의 인센티브를 약속하고 후보지까지 선정해 놓고도 해당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됐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지난해 9월 파격적인 100억원 인센티브에 커피숍 장례용품판매점 등 화장장 부대시설 운영권, 화장장 근로자 우선채용, 화장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내걸고 마을 단위의 자발적인 공모신청을 받았다.

혐오시설의 대명사로 불리는 화장장이지만 이천시는 지역발전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 판단하고 있다. 엄태준 시장은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등을 동원한 것이다.

이천시의 전략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을 극복하고 월포1리, 안평2리, 어석2리, 죽당1리, 수정리, 고백1리 등 무려 6개 마을이 서로 유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거꾸로 핌피현상(Please in my front yard·수익성 있는 사업을 내 지역에 유치)으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힘차게 출발했다.

물론 6곳 후보지 중 죽당1리, 수정리, 고백1리 등 여주시 경계 3곳과 월포1리, 어석2리 등 충북 음성군 경계 2곳 등 무려 5곳이 인접 지자체와 경계지역이라는 갈등 요인이 있긴 하다. 특히 여주시 경계지역 주민들은 여전히 격렬하게 반대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1월말부터 중단됐던 화장장 건립 드라이브가 다시 걸리면서 온갖 난제가 폭발하는 양상이라서다. 우선 공모절차와 동의과정에 원천적 의문을 제기하는 이천시의 내부 움직임이 가장 큰 문제다.

특히 수정리, 죽당1리, 고백1리가 신청한 후보지가 이천시립 자연장지 주변에 집중되면서 3곳이 속한 행정단위 상위인 부발읍 전체에 유치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추진위원회’ ‘이천시부발읍미래발전위원회’ 등 3개 단체를 만든데 이어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시민연대’로 한데 뭉쳐 세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양승대 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 위원장은 22일 “3개 마을에서 500명에 이르는 주민이 찬성해 유치신청을 했는데 우리는 벌써 반대 서명을 받은 인원만 7000명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죽당리 주민 김미순(66·여)씨는 “주민들한테 90% 동의 받았다는데 나는 전혀 알지도 못했다. 혐오시설을 100억원 주겠다고 허허벌판, 그것도 동네 입구에다 만든다는 건데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고 분개했다. 그는 “너무 화가 나서 주민 260명 반대 서명 받아서 시청에 접수했는데 더욱 기가 막힌 건 담당 공무원이 ‘서명 조사하면 가짜인 것 안다’고 한 것“이라고도 했다.

화장장 유치에 가장 적극적이라 소문이 났던 김태린 부발읍이장단협의회장(64)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화장장 건립 절차가 신청 후보지에 대한 적합성과 선호도 조사 재개로, 조사가 끝나면 화장시설 건립추진위원회가 본격적으로 심사에 나선다”면서 “반대 인원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반대 목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라고 했다.

화장장 반대에 나선 주민들은 이번 후보지 신청 자체가 문제가 있었다며 원천 취소를 주장하고 있다. 신청 마을의 절반이 몰려 있는 부발읍에서 이런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지면 이천시로써도 숙원사업을 접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릴 개연성이 높다. 신청은 마을 단위로 했지만, 부발읍 전체 주민들의 대세가 반대로 기울게 되면 무조건 이를 무시하거나 누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벌써 부발읍 내부에선 ‘개발의 방향성’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화장장 유치 반대 측은 “이천시가 사통팔달의 교통요지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은 대한민국 최고의 도농복합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화장장으로 걷어차게 놔둘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찬성 측은 “화장장 유치와 발전은 전혀 별개의 문제로 장애가 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 이래서 찬성 ▒▒▒
김태린 이천시부발읍이장단협의회장
“화장장 있어도 충분히 발전 가능”

“첨단시대에 보조를 맞추느냐, 뒤쳐지느냐 하는 문제가 화장장하고 무슨 관련이 있습니까. 화장장 있어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습니다.”


김태린 이천시부발읍이장단협의회 회장(사진)은 “(수원)연화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아파트가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야 발전이 된다. 사람 안 사는 황량한 벌판이 무슨 발전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화장장반대위원회가 펼치는 반대 서명운동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아파트 주민, 젊은이들을 현혹해 서명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파트 주민들이 화장장 위치가 어딘지도 모르고 단지 부발읍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화장장 들어서면 안되지요’라니 아무 것도 모르고 서명한다”고 했다.

김 회장은 “화장장은 우리 시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용인 수원 원주에 있는 화장장 견학을 다녀왔는데 모두 다른 지자체와 인근에 있더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화장장 모두가 산속에서 시작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연화장의 경우 짓고 나서 5~10년이 지나다보니 화장장 주위로 삥둘러 아파트가 들어섰다. 왜 들어섰겠느냐. 간단하게 말해 살만하니까 들어왔다”고 했다. .

김 회장은 화장장 유치에 적극 나서겠다면서 “이기적인 생각에 자기 동네는 안되고 남의 동네로 가라는 것은 기본이 안된 사람들의 주장일 뿐”이라고 했다.

▒▒▒ 이래서 반대 ▒▒▒
양승대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비대위원장
“도농복합도시 여건 훼손 안된다”

“여기가 어떻게 산속입니까? 대한민국 최고의 도농복합도시 여건을 갖췄는데 화장장이라니 분통이 터집니다.”


양승대 이천시부발읍화장장반대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사진)은 부발읍 내 3개 마을이 유력한 화장장 후보지로 거론되는 데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부발읍은 글로벌 기업인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공장이 즐비하고 대한민국 최고 이천쌀, 고구마농장이 공존하는 도농복합지역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거기다 영동고속도로 이천IC, 자동차전용도로 수정리IC, 경강선 부발읍 전철역, 수도권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신천IC 등 교통의 요충지라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양 위원장은 “(시가) 시립 자연장지를 도로계획도 안 세우고 불쑥 만들더니 3개 마을이 자연장지 인근 3곳에 화장장 유치 신청을 일제히 냈다”며 “화장장 후보지를 자연장지와 연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화장장 후보지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수정리 마을이 신청한 후보지에 대해 “토지소유자가 먼저 시청에 찾아와 ‘내 땅을 수용해달라’고 했다는데, 일반인이 어떻게 화장장 설치 계획을 알았으며 직접 시까지 찾아가 제안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양 위원장은 “시에서 공시지가의 3~4배로 수용해 주기로 했다는데 아직 후보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그런 얘기가 나올 수 있느냐”고도 했다.

이천=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