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文정부 말기엔 50% 육박할 가능성 크다

입력 2020-05-26 04:03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따른 실물경제 붕괴를 막고 경제체질 개선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우리나라는 그동안 작은 경제 규모와 저성장·고령화를 고려해 ‘나랏빚’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이상 늘리지 않았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이런 불문율은 사실상 무너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시재정을 강조한 만큼 현 정부 집권 내 국가채무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등 전례 없는 부채의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1, 2차 추경을 뛰어넘는 3차 추경안을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코로나19 대응으로 11조7000억원의 1차 추경과 14조3000억원 재난지원금 지급(2차 추경)을 시행했다. 대통령의 언급을 고려하면 내달 초 발표되는 3차 추경은 최소 30조원 이상 될 전망이다.


1~2차 추경으로 국가채무는 총 819조원으로 증가했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1.4%로 올라갔다. 30조원 상당의 3차 추경이 실행된다면 국가채무는 849조원, 국가채무비율은 42.9%까지 뛴다.

산술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국가채무비율 110%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부채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통령이 적극 재정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돈을 투입해 경제가 살아나면 자연스럽게 재정건전성도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실제로 국가채무비율이 이미 100%가 넘는 미국(106.9%) 일본(224.1%) 프랑스(122.5%) 등은 GDP의 최대 10%에 달하는 빚을 추가로 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처럼 빚을 늘리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들 국가는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보다 큰 데다 이른바 기축통화국 지위를 이용해 중앙은행이 나랏빚을 사들여 재정적자를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와 달리 북한 급변 사태 및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재정건전성은 중요하다.

여기에 성장률 저하도 문제다. 정부는 국가채무비율 계산 시 기준이 되는 경상 성장률(실질 성장률+물가 변동분)을 올해 3.4%로 예상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실질 성장률이 0%대 또는 마이너스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내달 초 경상 성장률이 대폭 하향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상 성장률을 0.6%로 제시했다.

경상 성장률이 0.6%까지 추락하면 가만히 있어도 국가채무비율은 더 급증한다. 1~2차 추경까지 국가채무비율은 41.4%가 아니라 42.5%로 바뀐다. 3차 추경 시 국가채무비율은 42.9%가 아니라 44.1%로 올라간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09년(29.8%)에서 2018년(35.9%)까지 9년간 6% 포인트 정도 올랐다. 하지만 1~3차 추경으로 인해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4%대로 오른다면 불과 2년 새 8% 포인트 이상 뛰게 된다. 부채비율 증가세가 너무 가팔라지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정부의 국가채무비율 계획은 올해 39.8%, 2022년 44.2%인데 현 추세대로라면 현 정부 집권 말 2022년에는 50%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KDI는 지난 20일 “급격한 재정 적자 증가는 재정건전성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재정 수입 보안을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부채비율이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