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3000원 받았어. 예전에는 ‘구루마’(손수레) 3~4개는 채워 왔는데 요즘엔 한두 개도 채우기가 힘들어.”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고물상에 파지, 플라스틱 등 고물을 팔기 위해 방문한 A씨(79)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불경기의 여파를 토로했다. 고물상에서 쳐주는 파지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다 불경기로 인해 상가에서 내놓는 고물 양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A씨가 이날 오전 내내 수레에 가득 채워 온 고물의 무게는 자신의 몸무게의 3배 정도 되는 150㎏에 달했지만 A씨는 그 대가로 3000원밖에 받지 못했다.
상가를 돌아다니며 주운 파지, 고물 등을 팔아 생활비를 버는 A씨는 “가게들이 요즘 장사가 안되니 고물을 내놓는 양이 확 줄었다”며 “적은 양이나마 파지 줍는 사람들끼리 경쟁하게 되니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원래 하루에 1만원은 벌어야 하지만 요즘은 5000원도 못 벌 때가 많다”며 “파지를 주워도 돈벌이가 안 되니까 같이 줍던 사람 중에 집에서 쉬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A씨는 빈 수레를 끌고 “동네 한 바퀴 더 돌아보면서 파지가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 그냥 집에 가야지”라고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폐지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과 소규모 자영업자가 입는 경제적 타격도 길어지고 있다. 소비경제 활성화를 위해 긴급재난지원금 등 일시적으로 지원책이 도입되고 있지만 사용이 어려운 노인들이나 사용처에서 제외된 업자들과는 먼 얘기다.
취약계층 노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경기로 생활고가 길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관악구의 주택가에서 파지를 줍던 B씨(68)도 “요즘은 아침부터 밤까지 13시간 동안 일한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기초생활수급을 받고 있음에도 생계를 위해 계속 파지를 줍는다는 B씨는 “요즘은 손수레 3개를 가득 채워가도 1만원밖에 못 받는다”며 “하루 4~5개는 팔아야 하기 때문에 밤까지 다닐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재난지원금을 받았는지 묻자 “그런 게 있는지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오전 서울 구로구의 한 고물상에도 30여분 동안 고물을 팔러 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곳을 운영하는 강모(66)씨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60%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며 “파지 가격이 1㎏에 20~30원 수준으로 떨어져 생계를 위해 파지를 줍는 노인들은 100㎏을 주워도 3000원밖에 못 버니 생활하기 훨씬 힘들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폐지(신문지)의 1㎏당 가격은 2019년 12월 77원이었으나 지난 4월에는 74원으로, 폐플라스틱(PE flake)의 1㎏당 가격은 같은 기간 565원에서 500원으로 각각 떨어졌다. 구관회 한국자원재활용협회 회장은 “올해 초부터 재활용품 가격이 계속 내려가 지난해보다 가격이 30% 정도 떨어진 것 같다”며 “당분간 재활용품 가격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소규모 업장을 운영하는 생계형 자영업자이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 제외된 업종도 소비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혼자 노래방을 운영하는 60대 손모씨는 “몇십만원이라도 월세와 생활비에 보태야 하니까 적자라도 문을 열 수밖에 없다”며 두 달 정도 닫았던 가게를 지난달 20일 다시 열었다. 방 5~6개 규모의 노래방은 이날 오후 텅 비어 있었다. 손씨는 “원래 일요일 낮에는 손님이 방에 다 찼는데 어제는 일요일 낮인데도 손님이 1~2팀 밖에 없었다”며 “손님이 1명도 없는 날도 많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