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두 번째 기자회견을 했다. 지난 7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회견을 한 지 18일 만이다. 이 할머니는 그간의 위안부 관련 시민단체 활동에 대해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고 비판하며 “내가 왜 팔려야 합니까”라고 절규했다.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모금을 하는 사실을 1992년 6월 처음 알게 되면서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재주는 곰이 하고 돈은 중국 사람이 받아먹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 할머니의 지적대로 정의연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저간의 운동 방식이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운동이 오래 계속되고 조직이 커지면서 운동을 위한 운동이 되거나 관료화되지 않았는지 차제에 깊은 성찰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피해자를 중심에 놓지 않았다는 논리는 정의연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던 핵심 가운데 하나다. 똑같은 비판을 시민운동이 받는다면 이런 운동은 설 자리가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과 일본의 학생들이 교류하며 역사를 배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이 할머니의 주장을 새겨들어 새로운 운동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은 천년만년이 가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의 집 귀한 고명딸을 밤에 끌고 가서 대만 가미카제 부대에서 갖은 고문을 했다며 아픈 과거를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은 물론 우리 정부도 역사 피해자의 아픔 앞에 겸허해야 하며 진실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논란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은 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거취는 스스로 알아서 할 문제지만 사리사욕을 채우려 출마했다는 이 할머니의 거듭된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윤 당선인 감싸기에만 급급한 여당이나 정치 공세에 치중하는 야당의 태도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적 접근은 진실 규명을 오히려 저해하고,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여러 논란을 전부 정쟁으로 변질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로 여자라는 두 글자가 손상을 입은 데 대해 전 세계 여성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일제의 만행을 드러내고 여성 인권의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활동이 중단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설] “위안부 팔아먹었다”는 이용수 할머니 외침 새겨들어야
입력 2020-05-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