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 금융, 해외 영토 확장 ‘경쟁’ 대신 ‘협력’

입력 2020-05-26 04:04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양 그룹 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성규 하나은행장, 조 회장, 김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신한금융그룹 제공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손을 잡고 해외 진출에 나선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끼리 광범위한 업무협력 관계를 맺기는 처음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을 위협하는 연합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2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측은 글로벌 사업 부문에서 손실을 주고받는 경쟁을 피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해 질적 성장과 혁신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들은 “국내 대표 금융그룹 간에 파트너십을 체결한 첫 혁신 사례”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그룹은 글로벌 사업 전반에 걸쳐 공동 영업기회를 발굴해 추진키로 했다. 이들은 신규 해외시장 진출, 해외 투자, 해외 네트워크 조성 등 각 방면에서 협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각국에서 직면하는 이슈와 규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다양한 글로벌 부문에서 교류·협력하기로 했다.

그동안 은행을 앞세운 국내 금융그룹의 해외 진출이나 투자는 특정 지역에 집중돼 과당경쟁이 불가피한 구조였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 195곳 중 69.2%인 135곳이 아시아에 몰려 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81곳이 베트남(19곳)을 비롯한 신남방 9개국 소재 점포다. 미주 5개국과 유럽 9개국에 문을 연 점포는 각각 27곳, 25곳에 그쳤다.

문제는 신남방 지역 점포들의 자산 건전성마저 취약하다는 점이다. 신남방 9개국 점포의 경우 제대로 돌려받기 어려운 대출인 부실채권(NPL) 비율이 1.21%로 미주(미국 0.46%)나 유럽(영국 0.04%)에 비해 월등히 높다. 9개 점포가 영업 중인 인도네시아는 NPL 비율이 2.76%에 달한다. 국내 은행들이 좁은 살얼음판 위에서 집단 닭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의 해외 진출 배경이었던 기업들의 직접투자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분적 ‘리쇼어링’(본국 회귀)으로 위축됐다”며 “현지 소매영업 매출도 금리 하락, 부실 증가 등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달러의 상대적 강세가 한국계 은행이 주로 진출한 동남아시아에선 현지 통화 약세를 유도해 환손실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이번 협약이 ‘상호협력을 통해 내실 있는 경쟁력 강화와 혁신을 이루겠다는 선언’이라고 해설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선의의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라며 “두 그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협약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양 그룹이 세계적 금융기관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