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첫 미국인 고인(故人) 아너가 탄생했다. 사랑의열매는 2003년에 작고한 프랭크 페이건 3세(사진)가 특별회원 2335호로 등재됐다고 25일 밝혔다. 페이건 3세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은 지난 22일 80대 익명 기부자가 그의 이름으로 사랑의열매에 1억원 기부를 약정하며 성사됐다.
대구 출신의 익명 기부자와 페이건 3세의 인연은 65년 전 시작됐다. 페이건 3세가 1955년 주한 미 대구방송국 킬로이(현 AFKN) 아나운서로 재직 당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웠던 기부자의 사정을 알게 됐고 기부자가 자립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페이건 3세의 도움으로 교사가 될 수 있었던 기부자는 오랜 기간 교직생활을 이어가다 은퇴했다. 페이건 3세는 1990년까지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시 성공회교회 목사로 활동하다 은퇴했다. 2003년 작고 전까지 기부자와 미국에서 만나며 인연을 이어왔다.
기부자는 페이건 3세에게 자신이 보답할 길은 그의 이름으로 기부해 고인의 이름을 드높이는 일이라 결심하고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페이건 3세는 어린 시절 아버지 같은 분이셨고, 고인의 지원 덕분에 학창시절을 보내고 교사까지 할 수 있었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고인의 뜻이 잘 전달돼 자신과 같은 나눔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순 사랑의열매 총장은 “이번 아너 가입은 고인으로부터 시작된 나눔이 기부자에게 이어져 소중한 나눔의 선순환을 만들었다”며 “국경과 세대를 넘은 나눔의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부금은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지원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기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수는 익명회원 245명을 포함해 2309명으로 누적 기부액은 약 2564억원이다. 기업인이 1084명(47.0%)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전문직이 330명(14.3%)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