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언급 ‘검은 그림자’ 실체는 있나… 정치권 연일 갑론을박

입력 2020-05-26 04:02
21대 전반기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몫 부의장 후보로 각각 공식 추대된 박병석(왼쪽 두 번째), 김상희(세 번째) 민주당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이해찬(왼쪽)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은 다음 달 초 공식 선출된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은 그림자’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는 그 실체를 놓고 연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여권의 비리 의혹에 대해 미리 연막을 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전반적인 수사 행태를 꼬집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당일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정치권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인사가 또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된 것 아니냐는 등 온갖 억측이 나왔다. 이 대표는 24일 비공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검찰이 노무현재단을 몇 년째 들여다봤지만 문제 될 게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일각에선 윤건영 민주당 당선인의 노무현재단 차명계좌 운영 의혹이 거론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한국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시절 함께 일했던 직원이 관련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25일 통화에서 “윤 당선인의 노무현재단 관련 차명계좌 운영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관련 문제 제기에 대해 얼마든지 소명할 준비가 돼 있고, 이를 이 대표의 발언과 연결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노무현재단에 대한 검찰 수사 의혹은 지난해 12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제기하기도 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유튜브 방송에서 “노무현재단 주거래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언급했고, 검찰은 곧바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발언을 검찰에 대한 사전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민병두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끊임없는 정치검찰의 기도에 대해 일반론적인 경고를 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검찰의 음습한 기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부당한 기소, 그 후에도 이어지는 정치검찰의 행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도 “굳이 확대해석할 필요 없다. 역대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물론 민주당 인사들을 대상으로 검찰은 늘 ‘검은손’을 뻗고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완성을 21대 국회 목표로 삼은 상황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민주당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거론하며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적어도 검찰 개혁, 사법 개혁 측면에서 이 과정은 한번 엄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검찰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여권 관련 수사를 벌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여당의 ‘경고 메시지’가 검찰을 지나치게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야권의 비판도 만만찮다.

신재희 박재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