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서해안이 뚫렸다.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해변에 수상한 보트가 방치돼 있다는 신고가 지난 23일 경찰에 접수됐다. 중국인이 타고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보트는 지난 20일부터 해변에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해안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군은 주민이 신고할 때까지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군경 합동조사 결과 대공 용의점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전국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을 중대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강원도 동해 삼척항에서 발생한 북한 목선 무단 진입 사건을 빼다 박았다. 이 사건 역시 주민 신고로 실체가 알려졌다. 당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경계 실패를 인정하며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으나 그동안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는 게 증명됐다. 정 장관의 사과가 책임 면피용이었다는 것만 증명됐을 뿐이다.
작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제주 해군기지가 민간인에게 뚫린 게 바로 엊그제다. 이때도 군은 해군기지에 대한 경계실태와 상황조치 전반에 대한 합동검열을 실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거듭된 군의 재발 방지 다짐에도 나아지는 게 없다는 건 엄정해야 할 군기가 총체적으로 해이해졌다는 것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국민 안전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무너져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책임도 묻지 않으니 군 기강이 제대로 설 리 없다.
큰 사건이 터지면 으레 그렇듯 이번에도 책임을 전가하려는 조짐이 엿보인다. 육군은 해안에서 500m까지, 해군은 해안 500m 밖부터 해상 경계 책임을 진다. 해경의 경우 군의 요청이 있을 경우 경계 지원을 한다. 분명한 건 군경 누구도 경계 실패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거다. 땜질식 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책임 소재도 엄격히 가려야 한다.
[사설] 또 뚫린 軍 경계망… 차라리 주민에게 해안경계 맡겨라
입력 2020-05-2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