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란 룬드(81·워싱턴) ‘놀라운 귀를 지닌 지휘자’, 앨런 메릴(69·뉴욕) ‘아이 러브 록앤롤의 작곡가’, 저메인 페로(77·플로리다) ‘신혼을 즐길 시간이 거의 없던 아내’, 단테 데니스 플라젤로(62·롬) ‘아내와의 관계가 돈독했던 사람’, 조던 헤인즈(27·아이오와) ‘유쾌한 미소를 가진 너그러운 청년’….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미국 사망자 10만명, 헤아릴 수 없는 손실’이라는 제목 아래 1면 전체를 코로나19 희생자 1000명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로 가득 채웠다. 10만명에 육박하는 미 전역 코로나19 사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전례없이 파격적인 편집을 감행한 것이다. NYT는 “그들은 단순히 명단 속 이름으로만 남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였다”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번 기획을 주도한 사이먼 랜던 그래픽 에디터는 “사망자가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독자와 내부 구성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했다”며 “점이나 막대그래프만으로는 희생자들이 누구였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희생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다양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NYT는 이 지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원, 편집자, 대학원생으로 이뤄진 팀을 짠 뒤 미 전역의 신문과 온라인 등에 게재된 1000명의 부고문을 일일이 찾았다. 코로나19가 사인으로 기재된 이들의 부고 기록이었다.
부고문을 읽은 편집팀은 상실된 삶들을 짤막한 문장으로 복원시켰다. NYT 국내면 편집자 마크 레이시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겪고 있는 희생들을 100년 후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이 뒤돌아 살펴볼 만한 무언가를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