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 10주년… 유명무실해졌지만 공식 폐기는 어려울 듯

입력 2020-05-25 04:0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노동당 제7기 제4차 중앙군사위원회 확대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취한 대북 제재인 5·24 조치가 24일 시행 10주년을 맞았다. 정부는 잇단 예외 적용으로 유명무실해진 5·24 조치에 대해 최근 ‘사실상 폐기’를 선언하며 남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5·24 조치 공식 해제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낼 수밖에 없고, 미국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수 있어 공식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라 그해 5월 독자적 대북 제재인 5·24 조치를 발표했다. 5·24 조치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 금지 및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이 골자다. 그러나 잇단 예외 적용으로 5·24 조치는 발표 이듬해부터 그 실효성을 잃기 시작했다. 이명박정부는 2011년 9월 종단 대표들의 방북을 계기로 투자자산 점검을 위한 방북은 허용했고, 박근혜정부도 2013년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 기업의 대북 투자를 예외적으로 인정했다.

유명무실해진 5·24 조치 해제에 관해 그동안 신중론을 보여온 문재인정부 기류가 최근 바뀌었다. 통일부는 얼마 전 5·24 조치가 남북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더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건·방역 협력과 개별관광 등 남북 협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런 입장 변화는 독자적인 남북 교류로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을 도모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 일치한다.

다만 5·24 조치의 공식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5·24 조치 해제 시도가 자칫하면 국제사회에 ‘한국이 대북 제재 대열에서 이탈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남북 협력은 북한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공식 사과가 없는데도 우리가 먼저 5·24 조치를 해제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가 5·24 조치 해제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되 이를 우회하는 식으로 남북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5·24 조치 해제를 주장했다. 송 의원은 “3주 뒤면 남북 정상이 만났던 6·15 공동선언 20주년”이라며 “실효성이 사라진 5·24 조치는 해제하고 섬으로 끊어진 한반도의 하늘길과 바닷길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