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태 극복을 위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정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도 초기 확산 단계부터 민간 부문과 협업을 통해 쌓아온 성과를 공유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한 대표적 민관 협력 사례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중심이 돼 추진한 ‘공공마스크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 구축이 꼽힌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3월, 정부는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초유의 협력을 통해 5일 만에 ‘공적 마스크 현황 알림 서비스’를 탄생시켰다.
먼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약국·우체국 등 공적 마스크 판매처에서 생성된 마스크 정보 데이터(입고시간, 재고현황 등)를 모았다. 이 데이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가공해 민간에 개방했다. 재고수량을 4단계(충분-보통-소량-매진)로 구간화하고, 약국 주소 등을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오픈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로 제공했다.
데이터의 이동과 가공은 민간 기업이 책임졌다. 네이버·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기업들은 안정적인 서비스를 돕기 위해 데이터를 최적화된 클라우드 환경을 통해 제공했다. 통신망을 통해 전달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민간 개발자들이 100여개에 달하는 마스크 현황 알림 웹, 앱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해냈다.
판매 위치와 재고 정보 등이 실시간 제공된 서비스 덕분에 마스크 완판 비율은 데이터 개방 전 67.9%에서 개방 후 86.4%로 증가했다. 전국에 걸쳐 효율적인 마스크 공급이 이루어졌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탄생한 관련 서비스들은 전 세계 정부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외교부 교육부 등은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데이터 추가 개방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에 초점을 맞춰 올해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공공데이터 개방을 추진한다. 부처·지자체별 민생지원 대책과 확진자·검사자의 해외 출입국 상황, 심리상담 정보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6개 영역, 46개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개방해 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방침이다.
과기정통부가 지난 22일 개최한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비대면(언택트) 경제 활동 규모의 급격한 확대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과기정통부는 “올 상반기 ‘포스트 코로나 ICT산업 혁신 방안’ 수립을 목표로 ‘ICT 산업 민관 합동대응반’을 가동한다”며 “전문가는 물론 국민의 의견까지 폭넓게 수렴해 혁신 방안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양상에 따라 민관의 협력 방식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이동통신사는 인근 기지국 정보를 분석해 방문자 파악에 실질적인 역할을 해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통사에서 제공받은 확진자의 위치 정보를 코로나19 역학조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통신 기반 위치 정보는 위치와 동선 파악에 용이해 중요한 정보로 이용되고 있다. 한국 주재 외국 대사관 및 해외 이통사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전례 없는 온라인 개학 상황에서도 민관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지난 2월부터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과 협력해 기존 4만명이 접속 가능했던 e학습터 시스템을 최대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로 두 달 만에 탈바꿈시켰다. LG CNS도 EBS 온라인 클래스 시스템 접속 장애와 로그인 오류 문제 등을 신속히 해결했다.
국민일보는 오는 28일 ‘코로나19의 성공적 민관 협력 모델-공공부문과 지방정부 및 노사정 코웍’을 주제로 ‘2020 국민공공정책 포럼’을 개최하고 민관 협력 사례 공유에 동참한다. 그동안 국민공공정책 포럼에선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민간 부문 고용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공공정책 전반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을 유도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로 공공과 민간 영역 모두 어려움을 겪는 올해는 감염병 방역과 경제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