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친문 잡자”… 여권 잠룡들 ‘노무현 정신 계승’ 한목소리

입력 2020-05-25 04:02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 등 당 지도부와 박병석 21대 국회의장, 21대 총선 당선인들이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를 맞아 여권의 대권 잠룡들이 앞다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함과 동시에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진보 정권의 계승자를 자처하며 저마다 존재감을 부각한 것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1위인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11주기 다음 날인 24일 “대통령께서 남기신 아픔과 깨우침을 늘 가슴에 담고 있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부겸 의원은 2000년 총선 때 부산 북·강서을에서 낙선한 노 전 대통령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썼다. 김 의원은 “대통령님이 하늘에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정치적 도전 의사를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신께서 만들어주신 길을 따라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억강부약 대동세상으로 이뤄가겠다”고 했고, 추도식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신의 뜻을 따라, 생전에 미처 못다하신 대한민국의 남은 과제를 함께 풀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추도식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노 전 대통령 유족을 비롯해 노무현재단 운영진과 각 정당 대표, 정부 인사 등 110명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높은 상황이라 분위기가 남달랐다고 한다. 이낙연 위원장과 이재명 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참석했다.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민주당 의원 및 당선인들과 가진 차담회 자리에서 ‘많은 분이 당선돼 감개무량하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대표는 “노무현 없는 노무현 시대, 포스트 노무현 시대에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이 그 뒤를 잘 이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이 대표가 추도사에서 “대통령님이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나신 뒤에도 그 뒤를 이은 노무현재단과 민주당을 향한 검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히지 않았다. 지금도 그 검은 그림자는 여전히 어른거리고 있다”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고 한만호씨 비망록이나 노무현재단 불법 사찰 의혹 등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해 권 여사 등과의 오찬 자리에서 결백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본인이 결백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지금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신중을 기하는, 깊이 있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현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관련한 추가 취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 전 총리가) 그 내용을 보고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