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간의 잠행을 마친 뒤 ‘핵전쟁 억제력 강화’ ‘새로운 전략무력 운영 방침’ 메시지를 꺼내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핵전쟁 억제력 강화, 무력기구 편제 개편 등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 등이 24일 보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일시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23일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잠행을 이어가던 김 위원장이 등장한 첫 무대에서 한동안 등장하지 않았던 ‘핵전쟁 억제력’ 표현을 쓴 것은 전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엔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이 지지부진하지만 앞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협상력을 한껏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조만간 SLBM 발사에도 나설 수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북한 매체에 보도된 순천인비료 공장 준공식 참석 후 공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회의에서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고 전략무력을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방침들이 제시됐다”고 전했다. 또 “인민군 포병의 화력 타격 능력을 결정적으로 높이는 중대한 조치들도 취해졌다”고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북한의 주장을 보면 핵 또는 미사일 같은 전략무기 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잠정 중단된 상황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전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북한이 당장 미국을 겨냥한 무력 도발을 하기보다는 11월 미 대선을 지켜보며 향후 이어질 협상 국면에서 순순히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는 데 무게를 둬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 등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장거리탄도미사일 등 신형 무기 개발에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함남 신포조선소에서 식별되고 있는 SLBM 시험 발사를 눈앞에 뒀다는 분석도 있다.
미사일 개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는 군 고위급 인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번 회의에서 리병철 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이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 주역으로, 2017년 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 14형’ 발사 때 김 위원장을 수행했고, 지난 3월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를 발사할 때 김 위원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포병국장 출신으로 지난해 8월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하며 승승장구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역시 대장에서 차수(대장 위 계급)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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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