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실험 재개 논의… 中·러에 쇼크 요법

입력 2020-05-25 04:07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992년부터 28년간 중단했던 핵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언제든 신속히 핵실험을 재개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해 세계 패권 경쟁국들과의 군축 협상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워싱턴포스트는 22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전현직 고위 관료들을 인용해 지난 15일 국가안보기관 고위 당국자들이 모인 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최근 저위력 핵실험을 실시했다는 의혹이 안건으로 올라왔고 이에 맞서 미국도 핵실험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핵 역량을 과시하면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3국 간 핵 통제 협상을 끌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와의 핵무기 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이 내년 2월 만료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포함한 더 포괄적인 핵 통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 자체를 거부하는 중국과 협정 범위를 확대하자는 미국 요구에 미온적인 러시아 두 나라에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는 게 강경파의 입장이다.

이에 미국 핵무기들의 안전을 관리하는 국가핵안보국(NNSA) 당국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논의는 잠정 보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한 당국자는 “핵실험 카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당국자는 “논의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영국 가디언은 23일 미국의 핵실험 재개 논의에 대해 새로운 패권 경쟁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어떻게든 압박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한 전직 관리는 “중국을 3국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맥락에서 핵실험을 논의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