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화하는 미·중 대결별, 한국은 대비하고 있나

입력 2020-05-25 04:01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협력이 증진될 것이라는 전망은 희망 사항으로 끝나는 듯하다. 오히려 경제·무역 분야에 한정됐던 미·중 갈등이 외교·군사·안보를 포함한 전방위 경쟁으로 확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양국 간 관세 보복전이 가열됐지만, 미·중 갈등을 미국과 구소련 간 냉전(Cold War)에 비유하는 데 대해 상당수 전문가는 유보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양국이 서로를 악마화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적 연결과 인적 접촉이 급속히 끊겨나가면서 냉전 때와 유사한 이념·체제 전쟁의 성격이 짙어졌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미·중 관계가 40여년간의 협력기를 끝내고 거대한 전환기로 들어섰다며 이를 ‘대결별(the Great Decoupling)’로 규정했다. 미 국방부는 20일 ‘대중국 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을 선언, 사실상 신냉전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한국이 대결별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의 탈(脫)중국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번영네트워크(EPN)’ 구상에 한국 참여를 요구한 데 이어 군사·안보 영역에서도 ‘중국 고립’ 전략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22일 만에 다시 공개 활동에 나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전쟁 억제 능력 강화를 언급하며 ‘핵 카드’를 꺼낸 것도 예사롭지 않다.

코로나 사태 극복에 힘이 부치는 와중에 동아시아의 경제·안보 질서까지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중국과의 대결별은 불가피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공세론이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26%를 차지한다. 이처럼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현실에서 한국이 대중국 고립에 당장 동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 모호성 등으로 이 문제를 더이상 회피하기도 어렵게 됐다. 특히 이번 정부가 중국에 기울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는 것은 향후 전략적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선, 리쇼어링(생산시설의 국내 회귀) 정책을 통해 중국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추진하고 중국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 큰 틀에서는 기존의 외교·안보 전략 전반을 재점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