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가 있을 땐 너무 걱정이 됐고, 무사히 돌아왔을 땐 너무 고마웠지요.” 코로나19 사태로 현장에 파견됐던 의료진의 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말일 것이다. 삼성SDI 이성재(36·사진 왼쪽) 프로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내 이쁘니(36·오른쪽) 소령이 대구 동산의료원에 4주간 파견됐다 돌아온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장교 출신인 이 프로와 직업 군인인 이 소령은 레바논 파병 현장에서 처음 만나 2013년 결혼했다. 이 프로는 충남 천안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에서 일하고 이 소령은 천안에서 대전 국군간호사관학교로 출퇴근했다. 각각 6, 4세인 두 딸을 키우며 바쁘게 지냈다. 그러다 지난 3월 말 아내가 코로나19 의료 지원의 명을 받게 됐다.
이 프로는 “저나 아내나 코로나19 현장에 가게 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떠나는 아내에게 “내가 집에서 애들을 잘 돌볼 테니까 집 걱정은 하지 말고 잘하고 오라”며 응원했다. 이 소령은 그런 남편의 지지를 받으며 대구로 떠났다.
하지만 아내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이 프로의 ‘육아 전쟁’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 두 아이 깨우고 씻기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긴급돌봄에 맡겼어요. 출근했다 다시 애들 데려와 먹이고 재우는 일상을 반복했죠. 둘이서 하던 일을 혼자 하려니 그야말로 전쟁 같더군요”라며 웃었다. 새벽에 자다 깨 울면서 엄마를 찾는 어린 딸을 달래기도 했다. 지칠 땐 더 힘들 아내 생각을 했다.
고령 환자가 많은 병동에 근무했던 이 소령은 기본적인 간호 업무뿐만 아니라 식사 및 위생 등 전반적인 감염 관리를 했다. 24시간 3교대 근무에 방호복을 입고 일하다 보니 몸도 힘들고 가족도 그리웠다. 그래도 이 소령은 ‘지금 여기가 나의 전쟁터’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매일 힘든 하루를 보낸 이 프로와 이 소령은 영상통화를 하며 서로의 마음을 달랬다.
한 달 뒤 아내가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던 날, 평소 무뚝뚝한 이 프로는 나름 큰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한다. “고생했다”며 아내를 꼭 안아준 뒤 이 소령이 제일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준 것이다. 삼성SDI는 부부의 날(21일)을 맞아 이 부부를 소개했다.
강주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