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끊어진 관계, SIAFF로 이어졌으면”

입력 2020-05-25 00:03
성현 필름포럼 대표, 이무영 영화감독,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왼쪽부터)가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코로나19 이후 문화사역의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제17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영화제·SIAFF)가 다음 달 2일 서울 이화여대 ECC 삼성홀에서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 상영을 시작으로 개막한다. 2003년 문화선교를 통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비전으로 시작한 영화제는 일반인도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발열 확인 및 소독, 좌석 간 거리 두기 등으로 철저히 방역하는 가운데 진행된다.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지난 22일 영화감독 이무영 SIAFF 부집행위원장, 필름포럼 대표 성현 부집행위원장, 조현기 필름포럼 프로그래머를 만났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영화제를 개최하는 이유는.

◇성현=복음은 죄짓지 않는 것 못지않게 선을 행하라고 한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면서 복음적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는 고민을 했다. 영화제 취지를 살리면서 생활방역을 잘하는 영화제로 준비한다.

-코로나19 이후 한국교회의 문화 사역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이무영=복음이 교회 안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문화를 통해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기독교 문화가 많은 사람의 헌신을 요구하고 큰 교회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그런 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건강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기독영화 제작자들이 애를 쓰는데도 결과물이 대중에 다가가기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신앙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복음적 가치를 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복음의 선한 도구로 대중에 인생의 큰 깨달음을 주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복음적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성현=기독문화 생태계가 너무 약하다 보니 재능 있는 사람이 뛰어들어도 버티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영화제 이후에도 대중과 소통하는 크리스천 문화생태계를 만들 수 있도록 후원을 받는 것에서 나아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자생하는 구조가 절실하다. 문화에 비전이 있는 사람은 언제든 올 수 있고 달란트를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만들고 싶다.

-영화제 주제와 개막작, 폐막작 등을 설명한다면.

◇조현기=올해 영화제 주제는 ‘이음’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돼 있다. 그 연결은 관계 맺음이기도 한다. 인간의 오만과 탐욕으로 야기된 코로나19로 파괴된 우리의 이어짐은 서로를 다시 돌아보고 사랑으로 배려해야 회복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한 이어짐을 확인하는 영화제가 될 것이다.

개막작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어린이 TV 프로그램 진행자인 프레드 로저스 목사의 평생에 걸친 어린이 사역과 철학이 잘 드러난다. 폐막작 ‘엠마누엘’은 2015년 미국 남부 흑인 커뮤니티 교회에서 발생한 인종 차별적 총격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개막작은 이웃사랑 실천, 폐막작은 용서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네토크 등 관객과 소통하는 다양한 행사의 내용은 자료집으로 만들어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나눌 예정이다.

-코로나19로 고군분투하는 문화사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성현=우리를 고아처럼 버려두지 않겠다고 하신 요한복음 14장 18절 말씀을 전하고 싶다. 현장 사역자 중 고립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 텐데 이 시기를 함께 잘 극복하자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