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2000선 턱밑까지 회복했다. 21일 코스피는 0.44% 오른 1998.31로 장을 마쳤다. 코로나19 여파에도 ‘V자’ 반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하반기 증시 향방으로 쏠리고 있다.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대폭락’과 ‘급반등’을 연출한 주식시장이 하반기엔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올 하반기 증시 트렌드로 ‘유동성’과 ‘양극화’, 그리고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꼽았다. 시장에 떠도는 자금이 증시로 쏠리며 오름세가 계속되지만, 신(新)산업과 구(舊)산업의 주가는 뚜렷한 격차를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변수가 불거지면서 코스피는 다시 지지부진한 ‘박스피’를 재현할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증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나타난 빠른 주가 회복은 유동성 경색 우려가 완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는) 극단적 비관론에 흔들리기보다 코로나19 이후의 투자 전략을 준비할 시기”라며 “적어도 ‘베어(Bear·하락을 의미) 마스크’는 벗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별 기업의 ‘주가 양극화’는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증권가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하반기 전략은 인덱스(주가지수 연동)보다 업종·종목별 옥석 가리기에 집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언택트(비대면) 비즈니스와 음식료·유통, 바이오·소프트웨어 등의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키움증권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실적 부진 및 자금 경색 우려가 수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극화의 끝은 ‘박스피’라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메리츠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밴드를 1800~2250선, 한화투자증권은 1750~2150선으로 제시했다. 키움증권은 1700~2100선을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중 무역분쟁과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선도 증시 변수다. SK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 실패 여론을 돌리고, 재선을 위해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노이즈(잡음)를 일으키는 게 하반기 증시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키움증권도 “2020년 미 대선은 경제 및 코로나 대처가 관건이 될 전망”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다시 부각되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민철 조민아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