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캠퍼스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 시설 추가 구축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시장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지확충을 통해 흔들림 없이 생산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평택 파운드리 라인 공사에 착수,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규모는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평택 라인을 발판으로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가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등 대내·외적 요소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함에도 투자를 이어나가는 것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번 평택 EUV 라인 건설과 관련해 경영진에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텍사스 오스틴과 경기 기흥·화성에 파운드리 사업장을 두고 있다. 2019년 화성 S3 라인에서 업계 최초로 EUV(극자외선) 기반 7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이후 지난 2월 화성 V1 라인 가동을 통해 초미세 공정 생산 규모를 확대해 왔다. 여기에 평택 라인이 가동되는 내년부터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반 제품의 생산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5나노 제품을 올해 하반기에 화성에서 먼저 양산한 뒤, 평택 라인에서도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양산이 시작되면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글로벌 점유율은 TSMC가 54.1%로, 삼성전자(15.9%)에 크게 앞선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는 TSMC의 미 애리조나 공장의 주력 제품도 5나노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공장의 5나노 제품 양산 예상시점은 2024년으로, 내년 삼성과 초미세 공정 경쟁을 벌일 대상은 대만 내 양산 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5G 네트워크,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응용 분야가 늘어나면서 초미세 공정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568억7000만달러(66조원)를 기록했고, 올해는 이보다 6.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모바일 칩을 필두로 첨단 EUV 공정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