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주를 만난 사람들] 체험이 전부인 잘못된 신앙 회개하고 복음 전하는 삶 살아

입력 2020-05-25 00:08

어렸을 때 서울에 올라와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열아홉 살에 미용기술을 배우고 내 미용실을 차렸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다. 스무 살이 갓 넘어 남편을 만나 아들 둘을 낳고 악착같이 살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사는 한 아주머니와 함께 부흥회에 가서 기도하다가 환상을 보는 체험을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체험 이야기를 하며 전도해서 교회로 데리고 갔다. 그러다 보니 교회 안에서 누구보다도 더 열정이 있는 사람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고민인 것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마지못해 교회를 다녀주는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신학 공부를 했는 데도 사람들이 왜 변하지 않는지, 내가 전도한 그 사람들은 어떻게 인도해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 무렵 결혼한 작은 아들이 그냥 교회를 다니는 정도가 아니라 집에 올 때마다 가족들을 붙잡고 침을 튀기며 성경말씀을 전했다. 아들이 어떻게 이렇게 달라졌는지 궁금해서 아들과 며느리가 함께 다니는 한마음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님은 예수님이 누구시냐고 물으셨다. 나는 ‘하나님’이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왜 기도하셨을까요?” 하시는데 순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해져 버렸다.

그렇게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고민해 보지 않았던 ‘예수님은 누구신가?’ 하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그동안 신념으로 세워 놓았던 탑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그동안 내가 믿는다고 했던 예수님이 누구신지, 그분이 왜 하나님이신지,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저 내가 겪었던 신비한 체험이 복음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날 밤 교회의 한 자매에게 예수님에 대해 들으면서 그동안 내가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그분과 상관없이 내가 주인 돼 내가 가장 열심 있는 성도라고 교만해 있던 내 신앙의 실체를 알게 됐다. 부활을 통해 십자가를 보니 전능하신 하나님이 하늘 보좌를 버리고 이 땅에 사람으로 오셔서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거였다. 신앙생활에서의 체험은 회개하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주인 되신 예수님과 함께 더불어 먹고 살면서 함께한 것이 진짜 체험인 것이었다. 나는 수십 년간 했던 신앙생활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셔 들였다. 수많은 체험이 있었기에 내 신앙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복음은 처음 교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초보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신앙의 문제는 바로 이 복음이 정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평생을 돈 버는 일과 전도하는 일밖에 몰랐던 나는 멀어져 버린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정말 잘 섬겨야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남편은 전립선암으로 이미 치료할 시기를 놓쳐서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돼 있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교회 지체들이 거의 매일 찾아와서 간식을 먹여가며 복음을 전해줬다. 남편은 그런 지체들을 통해 마음이 활짝 열렸고 결국 회개하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고 우리 교회가 바라보이는 병실에서 마지막 시간을 아름답게 보내다가 먼저 천국으로 갔다.

지나간 세월, 복음 없이 내가 주인 돼서 헛되이 시간을 보낸 것이 하나님께 너무 죄송하다. 이제는 한 영혼이라도 더 천국에 갈 수 있도록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 것이다.

곽희순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