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험 뚫고 학교 갔지만… 과밀학급 분반수업 안 지켜져”

입력 2020-05-21 04:07
고3 등교가 시작된 20일 인천시 부평구 인천외국어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등교 개학한 첫날인 20일 고3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스크가 생각보다 더 많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교실뿐만 아니라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칠 때도 마스크를 썼다. 서울에 사는 고3 유모(18)양은 “체육 시간에 배드민턴을 쳤는데 마스크가 땀으로 가득 찼다”고 했다. 이어 “혹시 몰라 마스크를 예비로 하나 더 챙긴다”며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올 텐데 마스크가 다시 부족해질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김모(18)군은 “다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걱정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물을 마시거나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 고교에 다니는 이모(18)양은 선생님을 걱정하기도 했다. 이양은 “학생들은 듣기만 하면 되는데 선생님들은 계속 수업을 해야 되니 더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과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거리두기를 위해 권고한 과밀학급·과대학교에 대해 분반수업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지역만 학급당 학생이 30명 이상인 과밀학급학교와 전교생이 1000명 이상인 과대학교가 212곳이나 된다.

한 고3 교사는 “교육부의 방침은 28명 이상인 학급을 과밀학급이라고 해서 분산시키라고 하지만 우리 학교는 대부분이 과밀학급”이라며 “어쩔 수 없이 오밀조밀하게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엄격한 방역 조치에 불만도 있었다. 점심시간은 평소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대화도 나눠가며 식사를 즐기는 시간이지만 학생들은 감염 예방을 위해 ‘강제 혼밥’을 피할 수 없었다. 유양은 “아무리 고3이어도 같이 밥먹을 친구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서로 아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밥만 먹고 일어나야 했다”며 멋쩍어했다. 한 학생은 “급식 때도 담임선생님이 인솔해서 가는 데다 개인 수저까지 지참해서 왠지 모르게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학생들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대전에 사는 이모(18)양은 “정말 심각한 시기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강모(18)군은 “학생들이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서울 신현고 등교 풍경을 전하며 한국의 등교 방식이 세계의 롤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교육시스템을 재가동하는 한국의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한 봉쇄를 완화하고 있는 국가들에 롤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우진 강보현 김지훈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