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대는 ‘검·경 협력’

입력 2020-05-21 04:05

검·경 수사권 조정의 구체적 방안을 두고 이뤄진 대검찰청의 긴급 의견수렴 과정에서 일선 검사 다수는 “경찰의 주장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거나 법률의 위임도 없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검·경 관계를 기존의 ‘지휘’가 아닌 ‘협력’으로 명시했지만 실제 수사 과정에서의 이견은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검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법조인으로서 검찰의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있다”고 일선청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경찰의 입장 대부분에 대해 ‘수용 불가’ 의견을 모았다. 검찰은 특히 ‘영장심의위원회’의 효력과 관련한 경찰의 주장은 “헌법 원리에 배치된다”고 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경찰 신청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청구하지 않을 때 외부인들이 영장 청구 여부를 심의하게 하는 기구다. 그런데 검·경은 이 위원회에서 검사의 의견개진을 얼마나 허용할 것인지부터 심의 신청이 언제 가능한지의 문제까지 구체적 형식마다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이 위원회 의결의 효력을 놓고 발생했다. 검찰은 “의결에 기속력(羈束力·자유롭게 변경할 수 없는 효력)을 인정하는 것은 헌법상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의결을 존중하지만 얽매이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반면 경찰은 이 위원회 의결의 실효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맞선다. 의결을 성실 이행하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돼야 하고, 필요시 검사의 불이행 사례를 위원회가 외부에 알릴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 경찰의 주장이다.

경찰은 검사와 검찰청 직원 범죄에 대해서는 영장청구의 ‘특칙’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신청하는 검사 관련 영장들은 검찰의 반려 없이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법률 위임 없이 평등의 원칙 등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는 내용을 신설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경찰 주장은 별도로 논의할 실익이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차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된다는 얘기다.

검·경 관계가 협력관계로 재규정된 데 따라 양측이 과거와 달리 새로이 꺼내드는 주장들도 있다. 검찰은 선거사건 변사사건 대형참사 등에 대해서는 경찰의 ‘수사개시통보’ 절차가 신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 초기부터 상호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수사개시통보가 ‘송치 전 수사지휘’로 변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시·도별 ‘수사협의회’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역공했다. 검·경이 개별 사건을 놓고 이견을 보일 때에는 수사협의회에서 의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구체적인 사건의 판단과 결정은 협의 대상이 아니라며 수용 불가 의견을 냈다.

검찰 개혁 과정에서 대폭 줄어든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둘러싸고도 양측은 갈등을 보인다. 검찰청법상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선거범죄 공직자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돼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등’을 ‘중’으로 읽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령에 명시된 6대 중요범죄조차도 전부가 검찰의 수사 범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더 줄여야 한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