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 고3 수험생 절반에 해당하는 1만3000여명이 21일 예정된 전국연합학력평가(학평)를 가정에서 ‘셀프 시험’으로 치르게 됐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지를 내려 받아 풀어야 하므로 성적 산출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수험생들은 대입 첫 스텝부터 꼬이게 됐다. 다른 지역 수험생과 달리 공교육에서 자신의 객관적인 준비 상태를 파악하고 입시 전략을 수립하려면 다음 달 18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은 20일 “인천 미추홀구 중구 동구 연수구 남동구 고교 66곳은 이번 주 원격수업을 실시하며 21일 학평은 온라인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 고3 학생들은 인천시교육청 홈페이지에 탑재되는 시험지를 다운받아 집에서 풀어야 한다. 성적 산출은 하지 않고 수험생 본인의 참고 자료로 쓴다. 5개 구를 뺀 나머지 지역 고3은 등교해 정상적으로 학평을 치르기로 했다.
21일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학평은 고3 수험생이 기다려온 시험이다. 이 시험 결과를 갖고 담임 교사 등과 상담해 입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 당초 3월에 하는 작업을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5월 하순으로 밀린 상태였다. 인천 66개교 고3 입장에선 불공정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집에서 실제와 동일한 조건에서 풀어 근사치라도 찾아 놔라”고 조언한다.
교육 당국은 무더기로 학교 문을 닫는 돌발 상황에 우왕좌왕했다. 20일 이른 아침에 상황이 발생했는데 학평 시행 여부는 오후 7시가 다 돼서 판단이 이뤄졌다.
학교 현장은 인천 지역 해당 학교만 시험을 보지 못하는지, 전국적으로 시험 일정이 밀리는지 혼란스러워했다. 인천 연수구의 한 고교 3학년 담임교사는 “(지금 오후 4시30분인데) 아직 내일 시험을 볼지 말지 지침이 내려온 게 없다”며 답답해했다. 호남 지역 고3 학생은 “선생님이 ‘내일 시험 볼지 말지 뉴스 잘 챙겨보고 시험 안 본다면 교과서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 시험 보는지 안 보는지 선생님도 모른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그동안 회의를 많이 했을 텐데 학평 시행 여부 정도는 미리 정해 놨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학생 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을 때 등교를 중지하는 범위도 불명확하다. 인천에서 고교 66곳의 등교가 중지된 이유는 한 학교의 고3 확진자가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녔기 때문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확진자가 다닌 체육 관련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학생 145명과 접촉자가 700명”이라며 “등교 재개 여부는 검사 결과가 나오는 22일 오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원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섞이는 경우가 많다.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 문을 닫아야 하는지 교육 당국의 명확한 지침이 없어 학교 현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